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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암산의 눈꽃

호젓한오솔길 2009. 2. 1. 14:30

 

 

 백암산의 눈꽃

 

 

                         솔길 남현태

 

 

정초 산악회 시산제를 지내러 울진 백암산으로 산행을 가는 날 출발 장소인 포항 북구 두호 동사무소 앞에서  아침 6시 40분에 출발한 버스는 죽도 시장에 있는 산악회 사무실에서 회원들을 태우고  포항 종합 운동장을 경유하여 동해안 7번 국도를 따라서 차가운 아침 공기를 가르며 백암산으로 향한다.

 

오늘 산행지가 비교적 포항에서 가까운 관계로 모두들 마음이 느긋하다. 가다가 화진 휴게소에 들려서 산악회에서 준비한 따끈따끈한 시락국으로 아침 식사를 하고 잠시 올라 가다가 다시 병곡 휴게소에 들러 산악회 버스를 놓치고 자가용을 타고 뒤 따라 오는 열성 회원을 기다리는 동안 근처 칠보산을 바라보니 크고 작은 봉우리들이 온통 하얗게 눈가루를 뒤집어 쓴 체 떨고 있다. 

 

설산을 바라보는 마음은 벌써 조금해 지는데 그러나 모두들 표정이 여유롭다. 아침 10시 경에 울진 백암온천지구에 도착하니 백암산은 하얀 분단장을 하고 빨리 올라오라고 손짓을 하건만 산 아래서는 눈 덮인 백암산을 바라보며 일년 동안 경포산악회의 무사 안녕을 기원하는 시산제를 지낸다. 시산제 후 음복에 복주 까지 진하게 나누며 모두들 느긋하기만 하고 더러는 복주가 과하여 산행을 포기 한 듯 도 하여 마음이 급한 몇 명이 먼저 서둘러 산행을 시작한다.

 

잠시 능선 길을 올라가니 길바닥에 눈이 밟히기 시작하더니 이내 새하얀 환상의 눈꽃 속으로 빨려 들어가 모두들 환희의 감탄사를 연발 하면서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온 갓 형용사를 다 뱉어낸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제대로 된 눈꽃이다. 겨울 눈꽃 산행을 많이 다녀 보았지만 오늘 백암산의 눈꽃은 쭉쭉 뻗은 금강송과 잘 어우러져 정말 장관이다.

 

아름답고 품위 있는 금강송에 피어난 눈꽃의 웅장한 자태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감탄사 소리에 백암산은 소란한데 카메라의 작은 렌즈로 이 어마어마한 가슴이 탁 트이는 하얀 세상을 어찌 다 표현을 하리요. 올라 갈수록 눈꽃은 점점 더 신비하고 요염함을 자아내고 뒤 돌아 보니 거기에도 하얀 설경 속에 탄성소리 뿐이다.

 

자연의 기막힌 솜씨에 감탄 하면서 이미 마음은 설국의 세계로 녹아 들어가는데 정말 기가 막힌 풍경에 하늘을 처다 보니 거기에도 환상의 세계가 펼쳐진다. 정상으로 향하는 능선 길에 올라서는 길가에 늘어 선체 몸부림치는 상고대가 하늘을 향해 달그락 달그락 정겨운 소리를 내는 열병식을 받으며 백설 위의 행군은 이어지고 이리저리 고개를 바쁘게 돌려가면서 카메라를 사방으로 마구 휘두르면서 대충 찍어도 모두가 환상적이고 멋진 작품들이다.

 

하얀 산호초 밭으로 들어서니 눈꽃은 하늘로 피어오르고 산호초 사이로 멀리 동해바다를 돌아 봐가며 환상의 눈꽃 퍼레이드 속에 뽀드득대는 눈길을 즐기다 보니 어느덧 백암산 정상이다. 확 트인 동해 바다의 조망과 발아래 하얀 눈가루를 뒤집어쓰고 엎드린 채 바들바들 떨고 있는 올망졸망 크고 작은 산봉우리들 그 위에 화사한 햇살이 비추어 주니 하늘 아래가 온통 황홀한 설국을 이룬다. 자연이 만들어 놓은 위대한 예술 작품 앞에 가슴이 벌렁벌렁 숨이 막힐 지경이다.

 

모두들 불우의 명작이라도 남기려는 듯 정상 주위를 뱅뱅 돌며 아름다운 경관 앞에 연신 셔터를 눌러 대는 속에서 나도 정신없이 주위의 풍경들을 모조리 카메라에 쓸어 담아본다. 주위가 온통 눈 속이라 마땅히 점심을 먹을 곳이 없어 모두들 정상에서 눈을 밟아서 다진 다음 삼삼오오 둘러앉아 기막힌 설경을 내려다보면서 지상 최고의 백암산 자연 식당에서 점심 만찬을 즐긴다. 

 

날씨는 그리 춥지는 않았으나 해발 천 미터의 눈 위에서 밥을 먹다보니 손이 시러워 장갑을 끼고 어둔한 손놀림으로 젓가락질을 해가며 점심을 먹고 나니 올라오는 산군들이 점점 늘어나서 주위가 붐비기 시작하여 얼른 다음 산군들에게 자리 양보를 위해 하산을 서두는데 날씨가 점점 흐려지면서 주위 조망이 어두워진다. 밝은 조망을 미리 촬령 해두기를 잘 했다는 생각을 하면서 하산 길에도 연신 셔터를 눌러댄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내려오는 하산 길 다시 봐도 환상이다. 한화 콘도 쪽 금강송 숲길로 내려오는 길 소나무에 눈이 발린 모습이 웅장한 크리스마스트리를 연상케 한다. 울울창창 금강송 숲에도 머리에 잔뜩 무거운 눈을 이고 꼿꼿한 금강송들이 눈꽃 퍼레이드를 펼치니 온화한 백암온천 지구는 또 다른 신세계로 보인다.

 

하산 후 백암온천의 따뜻한 물에 온천욕을 하기로 하였으나 시간이 너무 촉박하여 포기하고 회원들이 모두 내려오기를 잠시 기다렸다가 버스를 타고 산악회에서 미리 예약해 둔 후포 횟집으로 이동하여 생선회와 매운탕으로 일찌감치 저녁을 먹으며 하산 주 근아 하게 나누고 저녁 8시경 조금은 이른 시간에 포항에 도착하면서 경포산악회의 무자년 시산제 산행을 하얀 설국의 축복을 받으며 마무리한다. (2008.01.13 호젓한오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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