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흘산의 백미 부봉
솔길 남현태
문경새재로 더 잘 알려진 주흘산을 몇 년 전에 한번 다녀왔지만, 정상에서 찍은 단체 사진 한 장으로 눈길 속에서 고생했던 기억과 드라마 왕건 세트장만이 기억에 남을 정인데, 오늘 한마음 산악회의 주흘산 산행 계획에 따라 종합운동장에서 회원 37명이 모여 문경으로 출발한다. 가는 길에 휴게소에서 관광버스 기사 아저씨가 꾸물대는 바람에 예정보다 조금 늦은 10시 30분쯤에 문경에 도착하여 단체 기념사진을 한 장 찍고 산행은 시작한다. 개울가 포장길을 따라 올라가서 매표소를 지나 산자락으로 접어드니 초록 풍광이 맑다.
주위에는 크고 작은 기암괴석의 산봉우리 들이 모두 초록색 옷으로 갈아입고 간밤에 내린 비로 세수까지 말끔히 하여 풍광이 맑기가 그지없다. 습기가 많은데다 따가운 햇볕 아래 바람 한점 없는 오늘 같은 날씨에는 등산 초입 오름길이 매우 힘들 것을 각오하면서 매표소와 조령 1관 문을 지나 우측 산자락으로 들어갔다. 한참을 올라가다 돌아보니 따라오던 일행들은 하나 둘 처지고 맑은 햇살을 받으며 길 아래 시원한 여궁폭포를 지나니 홀로 산행이 시작된다.
오늘은 끝까지 오솔길의 뒤를 따라붙겠다던 세 사람도 30분이 채 못되어 첫 오르막길을 지나서 돌아보니 아무도 흔적이 보이지 않고, 드디어 자연과 나 둘만의 대화 속에서 오늘의 호젓한 산행은 시작되고, 능선부위에 올라서니 시원한 바람이 조금 있다. 올라오는 도중에 단체로 산행 온 어린 학생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능선 부 전망 바위에서 좌측 전경이 시원하다. 전망 바위에서 좌우로 돌아가며 풍경들을 카메라에 담아 본다. 주흘산 정상부엔 아직도 진달래가 화사하게 피어 있다. 갈라진 바위 사이로 보이는 전경 아름답다. 주흘산 정상에 도착하여 배낭이 걸쳐져 있는 정상석을 사진에 담아둔다.
원래 오늘 한마음 산악회의 산행 계획은 여기 주봉 정상에서 만나 점심을 먹고 조곡 골로 하산하여 15시까지 주차장에 집결하여 16시까지 하산 주를 하고 포항으로 출발하기로 예정되어 있었으며, 각자 산행 능력에 따라 영봉을 거쳐서 하산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처음부터 주봉, 영봉까지 생각하고 선두에서 달려온 터라 집결 시간이 촉박하여 서둘러 영봉으로 출발한다.
주봉의 풍광을 뒤로하고 영봉으로 가는 길목엔 주렁주렁 팻말 목걸이를 한 나무가 눈에 들어온다. 산행 꼬리표가 현란한 영봉 가는 초입 길에 진달래가 피어 있다. 오솔길 가엔 파릇파릇 풀이 나고 영봉 가는 호젓한 산행길은 이어진다. 진달래꽃이 아직 남은 암릉도 지나고 주봉에서 18분 만에 영봉에 도착하니 등산객 두 명이 사진 찍고 있기에 한 장 찍어주고 부탁하여 찍혀본다.
영봉에서 돌아본 주봉과 주위의 전경 아름답다. 또 다시 이어지는 오솔길은 한적하기만 하다. 출발한지 2시간이 조금 지나 이제는 영봉에서 2차 하산길도 지나고, 부봉을 향해 달려가다가 길가 바위에 걸터앉자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고 계속 걸음을 재촉했다.
하늘재로 이어지는 대간 길과 만나는 삼거리에 도착하니 형형색색 산행 꼬리표가 진풍경이다. 하늘재 대간 길 꼬리표 앞에서 자작으로 증명사진 한 장 찍어 본다. 저기 소나무 사이로 보이는 암산이 부봉인가 보다. 맘이 바쁘다. 부봉 가는 길은 시간만 있었으면 참 재미있는 바위길이다.
나무 사이로 고요한 문경새재 골짜기를 바라보며 걸어가는 바위길은 시간에 쫓기는 꾼의 마음을 급하게만 한다. 밧줄이 메어진 암릉 산행길이 마치 유격 훈련장 같다. 부봉 오르다 보니 대간과 헤어지는 갈림길을 지난다. 로프가 메어진 부봉의 가파른 암벽길을 올라간다. 부봉 정상에 오르는 암벽을 로프를 타고 오르니 외로운 무덤 한기가 문경새재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바위 위에 홀로 덩그러니 누워 있다.
백두대간 부봉의 정상석 두루뭉술 하얀 모습이 아담하다. 부봉에서 바라보니 걸어온 영봉과 주봉의 능선길 모습이 아련히 눈에 들어온다. 고요한 문경새재의 전경이 아름다움을 충분히 감상할 시간이 없다. 바위 위에 드러누워 오가는 꾼들의 발길에 체이면서도 살기 위해 저토록 처절하게 몸부림치는 노송의 모습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겨본다.
풍경이 장관이다. 그러나 일행이 하산 주 마치는 시간인 16시까지는 도착해야 하기에 발길을 서두른다. 암릉미의 극치를 이룬 부봉이다. 그러나 아쉬운 부봉을 뒤로하고 서둘러야 한다. 부봉위의 이정표를 지나서 바위 밑으로 난 길을 따라가다가, 좌측으로 하산길을 못 찾아갈 길은 바쁜데, 아름다운 암릉과 노송이 어우러진 경치가 자꾸 꾼의 발길을 잡는다. 실컷 놀다가 그냥 택시 타고 포항으로 갈까 보다.
오르락내리락 암릉길을 열심히 달려나가다가 정답게 산행하는 부부를 만나 인사를 나누며 지나가려는데, 아저씨 물 좀 여유 있어요? 하기에 배낭을 들이대며 뽑아서 드시라고 했다. 나보다는 나이가 조금은 더 들어 보이는 남자분이 나보고 젊은 분이라 확실히 산을 잘 탄다고 하면서, 나이가 40 이 되었느냐고 묻는다. 속으로 물 한 잔 값에 내 나이를 많이도 깎아주는구나 했는데, 이어 여자분이 다시 40 이 안되어 보인다며 30대 같은데 몇 살이냐고 하며 내 나이를 더 깎아준다? 우쭐한 기분으로 로프를 잡고 바위길을 뛰어오르는데, 뒤에서 "조심해서 가세요." 하며 인사를 한다. 주차장에 돌아오니 물이 많이 남느니, 아까 그분들에게 물병을 다 주고 오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정말 절경이다. 다음에 또 보자. 그냥 가기 아쉬워 자꾸 셔터를 눌러댄다. 벼락을 맞은 듯한 노송은 바위에 의지하며 생을 유지하고 있다. 사방이 온통 진풍경이다. 오늘 여기 부봉을 오지 않고 영봉에서 바로 돌아갔으면 아마도 후회하였으리라. 그건, 생각만 해도 아쉬울 뻔했다.
높이만 높다고 명산이냐. 주흘산은 여기가(5봉) 풍경이 최고로구나? 백척간두(5봉)에 서서 문경새재 골짜기를 내려다보니 절경의 극치다. 여기 6봉 아래 하산길이 있는 줄도 모르고 너무 서둘렀다. 다음에 꼭 올라가리라. 골짜기 바위마다 제각기 자태를 뽐내는데 문경 새재의 고요함이 흐른다.
지금 시각 14시 10분 드디어 하산길을 찾았다. 부봉을 지나오다 희미한 하산길은 하나 발견하고 내려가다 보니, 길이 험하고 이상하여 혼자 내려가기에는 꺼림칙하여 되돌아올라 왔었다. 여기서 확실한 하산 등산로를 발견하고 예정된 시간까지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아 마음이 푹 놓였다. 그리하여 여유롭게 골짜기 풍경을 즐기며 하산할 수가 있었다.
마지막 하나 남긴 6봉의 모습이 자꾸만 더 아름답게만 보인다. 하산길 좌측으로 지나온 영봉과 주봉의 모습이 눈에 잡히는데 주위는 온통 바위들의 진풍경이다. 하산길은 호젓하다. 바위틈에 피어난 철쭉의 연분홍 자태에 매료되어 한참을 들여다보고는 내가 아니면 누가 또 보아주랴 한번 더 사진에 담아본다.
철쭉이 피어난 호젓한 오솔길 바위길도 시원하다. 왠지 미련이 남아 뒤돌아 보며 아름다운 암릉에 눈이 자주 간다. 그러나 호젓한 초록 오솔길은 언제나 즐겁다. 큰 나무에 감긴 덩굴 감아 조르기 에는 상대가 너무 버거운것 같다. 대나무 숲 오솔길을 따라나오니 개울가에 도착하여 얼굴의 소금을 씻고 나니 이제야 사람 같다. 왼팔을 뻗어 증명사진 한 장 남겨둔다.
조령 2관 문 안쪽 골짜기에 맑은 물이 눈에 들어온다. 조령 2관 문을 나와 뒤돌아보고, 옛날부터 문경 새재를 지나는 객들이 소원성취를 빌던 소원 성취 돌탑을 지나고, 드라마에서 궁예가 왕건에게 쫓기어 마지막 죽음을 맞이한 장소 용추폭포 풍경 시원하다. 왕건 세트장을 지나오면서, 드디어 제1관문을 통과하고 야외 공연장엔 공연 준비가 한창이다.
산행 시작 후 5시간을 꼬박 빠른 걸음으로 걸어서 15시 30분경에 주차장에 도착하니 이럴 수가!, 아직 아무도 내려오지 않고 내가 맨 먼저 도착했다. 운전기사 만이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부봉에서 구경을 다 하고 조령 3관 문으로 내려왔어도 충분히 여유가 있었을 것을 남겨둔 구간이 못내 아쉽다.
모두 하산 시간이 지체되었다. 한 시간쯤 기다리다가 하산 주 판을 벌이고 하산주가 다 끝나 갈 17시쯤 되었어야 마지막으로 다 내려와 버스는 예정보다 늦게 17시 30분에 출발하여 20시 20분경에 포항 종합 운동장에 도착하면서, 오늘 하루 싱그럽고 고요한 문경새재 풍경에 푹 빠져 본 그런 즐겁고 보람된 산행을 마감해 본다. (2006.05.13 호젓한오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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