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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산, 가을 알밤 산행

호젓한오솔길 2009. 9. 26. 22:50

  

삼성산 알밤 산행

 

* 위   치 : 경북 경주시 안강읍, 영천시 고경면

* 일   자 : 2009.09.26 (토요일)

* 날   씨 : 맑음, 흐림

* 산행코스 : 시티재 - 삼성산(591m) 알밤산행 - 시티재

* 산행시간 : 약 4시간 소요(알밤 따라서)

 

산행을 하다가 물욕에 빠져 산행을 포기해보기는 처음인 것 같다. 내일 일요일에는 집 주위에 포항 북부 해수욕장에서 해변 마라톤 대회도 있고 전국적으로 비가 많이 온다고 하여 오늘 근교 산행이나 다녀오려고 마눌에게 부탁하여 도시락까지 싸놓고 잠시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데 밖에서 소나기가 요란하게 솥아 진다.

 

오늘 산행은 물 건너 간 것 같아서 포기하고 퍼지고 앉아 있는데 또 하늘이 맑아지면서 햇빛이 쨍쨍 하다. 주섬주섬 배낭을 챙겨 메고 집을 나서기는 했는데 마땅히 갈 곳이 없다. 2년 전에 올라서 영지버섯 따는 재미를 본 삼성산이 머릿속에 그려지면서, 경주시 안강읍에 있는 시티재로 차를 몰아간다.

 

벌써 12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간에 시티재에 도착하니 휴게소도 한산하고 휴게소를 지나서 한적한 셋 길가에 주차를 하니 옆에는 관광버스가 한 대 기다린다. 낙동 정맥을 하는 산꾼들을 기다리는가 보다 생각하고 서둘러 준비하여 삼성산으로 오르는데 삼삼오오 짝을 이룬 산꾼들이 다문다문 내려온다.

 

시티재에서 조금 올라가니 벌초를 한 산소 옆에 빨갛게 탐스러운 열매가 오지게도 달려있는 나무가 여기저기 있는데, 무슨 열매인지도 모르고 궁금하여 사진에 담아와서 나중에 알고 보니 산수유 열매이다. 길가에 떨어진 토실토실한 꿀밤 몇 개 주워서 주머니에 넣고 혹시나 하면서 영지를 살피면서 올라가다가 작은 영지버섯을 몇 개 만나서 사진에 담고 채취한다.

 

금년에는 가을 날씨가 하도 가물어서 산에 가도 버섯이 별로 없다. 송에서 송이버섯 작황이 좋지 않아 1킬로에 126만 원이나 한다고 하니 귀하기는 귀한 모양이다. 비싸면 안 먹으면 되지, 한 개에 십만 원이 넘는 송이를 목구멍으로 넘겨서 아무런 쓸모도 없는 것으로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열심히 영지버섯을 살피는 눈에 낙엽 위에 나체로 뒹굴고 있는 토실토실한 알밤들이 들어온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몇 개 주워 보다가 차츰 양이 늘어나니 물욕이 생기고 배낭에서 비닐봉지를 꺼내 들고 본격적으로 알밤을 주우면서 올라간다. 이제 도토리는 안중에도 없다. 숲 속으로 이리저리 밤나무를 찾아다니면 어쩌다가 제법 굵고 벌레도 덜 먹은 밤나무를 만나면 횡재를 한다. 땀을 흘리며 열심히 주워 모으니 어느덧 배낭이 점점 무거워진다.

 

알밤을 찾아 허대다 보니 시간도 제법 소요되어 정상까지 다녀오기가 촉박한데다. 무엇보다 배낭이 무거워져 짊어지고 오르막을 올라보니 힘이 든다. 애라 모르겠다. 자주 가는 삼성산 정상은 다음에 가면 되지 뭐, 무거운 오늘은 일찌감치 돌아가자. 발길을 돌려 내려오는 길에 다시 숲 속을 골고루 더듬어본다.   

 

 * 산수유 꽃보다 더 고운.. 산수유 열매..

 

 * 산소 주변을 지키며 화사한 가을을 알린다..

 

 * 오지기도 하여라..

 

 * 처음 무엇인지 몹시 궁금해 하면서 찍어본다..

 

 * 드디어 작지만 영지를 만난다..

 

 * 가을 날씨가 하도 가물어서 올라오다가 성장을 멈추고 말라가는 듯 하다.

 

 * 이번에는 조금 더 큰 영지버섯이다.

 

 * 색깔이 아주 진하네요..

 

 * 사진 찍는 재미가 쏠쏠합니다..ㅎ

 

 * 이놈은 광대버섯이군요..

 

 * 모양이 참 우아합니다..

 

 * 물론 속에는 독이 숨어있겟지만...

 

 * 올라 오다가 알밤 줍느라 흘린 땀을 시원한 전망바위에서 바람에 말려봅니다..

 

 * 발아래 금동골과.. 멀리 안강읍 모습이 스치는 바람에 시원 합니다..

 

  

 

 

 * 묘지가 있는 봉우리에서 본 조망..

 

 * 나무를 타고 오르는 담쟁이넝쿨..

 

 * 건장한 나무를 칭칭 감더니..

 

 * 가을 색으로 점점..

 

 * 남의 몸뚱이에 감기어 요염하게 익어갑니다..

 

 

 * 이름을 까먹고  모르는 야생화...

 

 

 * 내려오는 길에..

 

 

 * 칡넝쿨도 마지막 녹색 향기를 뿜어내며..

 

 * 오는 가을 찬 서리 맞이할 준비를 합니다..

 

 * 높은 나무를 휘어잡은 부드럽고 끈질긴 힘이 느껴진다..

 

 * 자동차에 내려오니 관광버스는 떠나가고.. 시티재가 호젓합니다..

 

 * 길가에핀 가을 코스모스 사진을 담아서..

 

 * 알밤 줍느라 사진을 찍지 못한..

 

 * 허전한 산행기를 조금이나마 메꾸어 볼까 합니다..

 

 

 

 * 오늘 주워온 알밤입니다..

 

 * 저울에 달아보니 6킬로나 되네요..ㅎ

 

 * 벌래 먹은 놈도 혹간 썩여있네요..

 

 * 배낭이 무거워서 산행을 포기하게 만든 알밤..

 

 * 오늘 저녁은 집안에 고소한 밤 냄새를 가득 풍겨줍니다..

 

고소한 토종 알밤 맛을 본 마눌은 신이 나서 싱글벙글... 오늘은 도시락 값어치 해가지고 왔다면서.. 진도가 잘 나가는 것이 이러다가 곧 송이버섯 따오겠다고 부추기며, 내일 또 알밤 주우러 같이 가자고한다.. 잘못하다가 점점 물욕에 눈이 어두워 사이비 산꾼으로 전락하지나 않을까 염려가 되는 주말 밤이다...ㅎㅎ

  

2009.09.26 호젓한오솔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