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산의 가을 이야기
* 위 치 : 경북 영천시 고경면, 임고면
* 일 자 : 2010.10.02(토요일)
* 날 씨 : 흐림
* 산행코스 : 천장사 - 이리저리 - 천장산(694.8m) - 골짜기 따라 - 천장사
* 산행시간 : 약 5시간 (유유자적)
설악산 대청봉에서 이제 막 시작되었다는 가을 단풍이 뉴스에 흘러나오고 있으니, 단풍이 남하하여 포항 근처의 산천을 한창 물들이는 시기는 보통 10월 말경이 되어야 한다. 요즘은 근처에 송이버섯 철이라 산에 잘못 들어가면 통제를 당하고 오해를 받기 십상이라 올해에도 내연산 육봉 종주 산행을 한번 하고 싶지만, 천령산이 막혀 있어 송이 철이 끝나고 산불경방기간이 시작되기 전에 한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번 주는 일요일에 대구에서 결혼식이 있어 토요일날 주위에 간편한 산행을하고 오기로 하고 나선 걸음이 올봄에 다녀온 천장산으로 찾아간다. 늦은 시간에 집을 나서서 경주시 안강면을 지나 하곡지 상류에서 우회전하여 도덕산과 삼성산 사이로 난 길을 따라가다가 천장산과 도덕산 사이 수풀이 우거진 배티재를 넘어 수성리를 거쳐서 천장사 쪽으로 슬슬 차를 몰아간다.
천장사 주차장에 도착하니 주지 스님도 출타하셨는지 평상시에는 사찰 안쪽에 메어져 있던 진돗개 두 마리를 오늘은 주차장에 냉동 트럭 아래 내다 매어두고는 사찰 안쪽은 인기척이 없어 보인다. 속세의 낯선 침입자가 들어왔다고 개들이 옆에서 얼마나 짖어대는지 정신없이 행장을 꾸리고 쫓기듯 천장산 골짜기를 따라 올라간다.
* 배티재를 넘어 수성리로 가다가 조그마한 저수지 가에서 차를 멈추고. 건너편 골짜기를 한번 탐색해볼까 하면서 주위를 살핀다.
* 저수지 옆에는 보라색 투구꽃이 피어 있다.
* 좀처럼 귀한 꽃인데. 가까운 곳에 흐드러진다.
* 덩굴 속에는 잘 익은 으름이 매달려 있다.
* 아구가 벌어진 놈. 몇 개 따서 맛을 보고는 차를 몰아 천장사 쪽으로 향한다.
* 인기척이 없는 천장사 풍경.
* 주차장 냉동트럭 아래 메어진 진돗개 두 마리 얼마나 짖어 되는지 골짜기가 시끄럽다.
* 골짜기는 아직 우거진 신록이 가는 여름을 아쉬워하는 듯 마지막 초록을 펼친다.
* 그러나 어느덧 중년의 검은 머리에 새치가 생기듯이 자세히 드려다 보면 초록 사이로 노랑 떡잎이 하나 둘 번져가기 시작한다.
* 숲 속에는 온통 수줍은 버섯들이 하얀 속살을 드러내고.
* 가는 여름을 아쉬워하고 있다.
* 아직도 바람기 없는 무더위가 머무는 골짜기에도.
* 어느덧 가을은 소리 없이 슬슬 스며들고 있다.
* 어릴 적에는 난도라고 하여 이때쯤에 따다가 말려서 기름을 짜고 했는데, 산초나무라고 하네요.
* 배초향이 가을 햇살에 곱다.
* 이 첩첩산중에...
* 칡넝쿨 속에서 고개를 내민 까실쑥부쟁이.
* 초록 위에 곱다.
* 어이쿠~ 깜짝이야~~
발아래서 놀라 달아나던 '살무사'란 놈.
엉겁결에 내빼다가 좀 창피한지 잠시 멈추고 정황을 살펴가며 다시 작전을 짜는 듯하다.
아랫배가 빵빵한 것이 산중에서 이것저것 많이도 잡아먹었는가 보다.
요즘 같은 가을철에 독이 한창 오른 저런 놈한테 잘못 걸리면 누구든 나머지 생을 장담 못한다.
들고 있는 쇠물푸레나무 지팡이로 한 방이면 허리를 부러트릴 수도 있지만 난 그렇게 잔인하지는 못하다.
죽인 후에 깨름칙한 마음보다는
이럴 땐 늘 하듯이 그냥 살려주고 가는 것이 훨씬 마음이 편하다.
어두 컴컴한 숲 속을 수풀 헤집으면서 걷는 산행길.
오늘 같은 날 안경을 끼고 오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한순간 놀라고 나니, 한동안 수풀 속으로 발자국 옮길 때마다 잔뜩 신경이 곤두서고 헛것이 자주 보인다.
* 까실쑥부쟁이
* 가을이 깊어 갈수록 얼굴에 더욱 화색이 돈다.
* 축축한 숲 속에는 버섯들이 여름을 노래한다.
* 투구꽃. 보라색이 참 곱다.
* 무거운 투구를 쓰고 걸어가는 로마병정들같이 늠름하다.
* 여기는 가을이 성큼 눈 앞에..
천장산
솔길 남현태
은행나무 꼬부랑 길 천장사
아늑한 골짜기
묵은 낙엽 뚫고 뽀시시
고개 내민 현호색
이슬 맞은 얼굴 부끄러운 듯
두툼한 이불깃 파고든다
낙엽 살피는 발아래
푸드덕 간 떨어진
까투리 한 마리 날아오르고
파란 이끼 대롱대롱 매달린
영롱한 아침 이슬
수줍은 듯 햇살 품에 안긴다
무릎 차오르는 낙엽 길
가랑이 비비 꼬며 태연한 노송
파랗게 질린 가지 아래
몰래 한 사랑 쑥스러운 듯
고라니 두 마리
힐끗힐끗 정겹게 달아난다.
(2007.03.18)
* 가을은 골짜기의 초록 옷을 벗기고, 겨울맞이 색동옷으로 갈아입힌다.
* 갓버섯.
* 자태가 곱다.
* 뚝갈
* 갓버섯.
* 참 아름답네요.
* 미역취
* 썩은 둥치에 이끼와 버섯이 곱다.
* 네 명이 정겹네요.
* 천장산 정상부의 호젓한 오솔길.
* 오늘 버섯은 참 많은데, 내가 찾는 것은 하나도 없다..ㅎ
* 천장산 정상석. 물들어 가는 가을 속에 혼자 외로워 보인다.
* 빨간 열매가 참 곱다.
* 여기는 가을빛이..
* 주위에 가을이 깊어가는 외로운 정상석을 뒤로하고..
* 잡초 우거진 헬기장.
* 억새들의 가을 노랫소리가 들린다.
* 부드러운 억새가 하도 고와서.
* 포실한 자태에 공들여 본다.
* 몇 번 찍은 기억은 나는데,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바람 같은 여인.
* 멀리 영천시 임고면에 있는 당곡지 풍경 운무에 흐리다.
* 살짝 당겨본 당곡지. 옛날 강태공 시절 저기도 몇 날 밤을 지새운 곳이다..ㅎ
* 바짝 당겨본 당곡지 풍경. 누런 가을빛이 곱다.
* 산비장이
* 두 송이 정겹다.
* 골짜기 빠져나오는 오솔길. 길가 개울 으름덩굴에서 으름은 몇 개 땄지만. 오늘 내심 바라고 온 머루랑 다래는 구경도 하지 못했다.
* 곱게 단풍이 물들어가는 벚나무.
* 이제는 완연한 가을을 실감이 나게 한다.
* 까실쑥부쟁이인지..?
* 가을은 비슷한 꽃이 하도 많아 둔한 눈썰미로 이름을 외우기에 역부족인 듯하다.
* 낙엽이 흐르기 시작하는 골짜기.
산골의 봄
솔길 남현태
하얀 산골짜기
잔설
녹여버린
작은 은 폭포
봄빛
흐르는
물소리 정겹다
살랑이는 구애
체념한
해맑은 얼음 조각
사르르
여울물에 녹아든다
웅덩이로 모여든
맑은 물방울
낙엽 품에 안기니
봄
찾는
버들강아지
부스스 기지개 켠다.
(2008.03.01)
천장산에서..
* 가을은 맑은 물 위에 오색 수를 놓는다.
* 가을이 마주 오는 호젓한 오솔길.
* 마지막 초록 널브러진 골짜기.
* 여기저기 아름다운 야생화 숨어 핀다.
* 우거진 길을 헤쳐가며.
* 조용한 천장산 골짜기를 담으면서 나오는데.
* 주차장 근처에 오니 내 발소리를 들었는지. 개 짖는 소리가 또 소란하다.
* 천장사 풍경.
* 아까 없던 차가 한 대 있고, 한 사람이 자원봉사를 하는지 사찰 주위에 풀을 베고 잡일을 하고 있다.
* 눈동자도 힘이 없는 놈이 곁눈질 실실해가며 짖어댄다.
* 겁 많은 놈인지, 쳐다보니 고개를 돌려가면서 건성으로 짖는다..(경비견 근무태만)
* 이놈은 나는 안 짖었다는 듯 꼬랑지 슬슬 내리고 숨어들더니.
* 아예 딴청을 부리고 있다.
* 돌아오는 길에 들국화가 하도 곱게 피어 차를 멈춘다.
* 건너편에 유전자 보호수 은행나무. 맞은편 운주산에 가본지도 제법 되는 것 같다.
지루하던 무더위도 이제 한풀 꺾이고, 지난주 산행 때만 해도 많이 그렇게 달려들던 모기 때들이 오늘 뜸한 것을 보니, 오늘 밤 전국적으로 비가 내린다고 하니, 이제 곧 소슬바람에 뒹구는 낙엽이 어쩌고저쩌고하며 스산한 옷깃을 여미는 쓸쓸한 중년 남자들이 맥을 못 추는 그런 혹독한 계절이 다가올 것이라는 생각에 그래도 미련없이 보내기엔 멀어져 가는 여름이 아쉽기만하다..ㅎ
2010.10.02 호젓한오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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