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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학산 두륙봉

호젓한오솔길 2012. 3. 10. 19:52

 

  

비학산 두륙봉

 

* 위   치 : 경북 포항시 기계면 미현리, 신광면 상읍리, 기북면 탑정리

* 일   자 : 2012.03.10(일)

* 날   씨 : 비, 흐림, 눈

* 산행 코스 : 기계면 미현리(저수지) - 두륙봉(621m) - 부남산(384.7) - 미현리(저수지)

* 산행 시간 : 약 4시간 (어울렁 더울렁)

 

겨울 추위가 극심했던 올해는 봄이 좀 빨리 올 것 같다고 하더니만, 지난 주말에 연 5일간 비가 내리고 연일 새초롬해진 날씨가 오는 봄을 시샘하는 듯하다. 내일 일요일은 울산에 살고 있는 초등학교 친구 자녀 결혼식을 다녀와야 하기에 산악회에서 통영 미륵산 가는 산행에 동참을 포기하였다. 이번 주에도 근교산으로 봄 마중이나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으로 아침에 일어나니, 밤새 내리던 비는 잠시 그친 듯하고 사방이 젖어있다.

 

포항 근교산은 웬만한 곳은 다 가본 터라. 갈 곳이 마땅치 않아 고심을 하다가 그간 신광면에 있는 비학산을 이리저리 수도 없이 여러 번을 올라 보았지만 기계면 미현리에서는 한 번도 올라 가보지 않은 길을 오늘 날씨도 꿀무리한 어중간한 짧은 시간에 답사 해보기로 하고, 마눌에게 도시락을 싸라고 하여 날씨를 보아가며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가 늦은 시간에 집을 나서니, 아직 차창에 가랑비가 뿌린다.

 

옛날에 한창 낚시를 즐기던 시절에 밤낚시를 한 적이 있는 미현리 저수지 안에 도착하여 지도를 보면서 어느 쪽으로 오를까 하다가, 지도에 기계 유씨 시조 묘소가 표기되어 있어, 온 김에 그 곳부터 먼저 가보기로 하고 차를 몰고 골짜기로 난 시멘트 포장 길을 따라 들어가니, 개울 건너 둘레둘레 아담한 기와집 여러 채가 모여있는 사당이 보인다.

 

개울 건너기 전 입구 주차장에는 좌측으로 공공근로 작업으로 간벌을 하러 온 사람들이 타고 온 자동차가 비스듬히 세워져 있고 일행들이 가지고 온 배낭이며 행장들이 널브러져 주차장을 차지하고 있고, 우측에는 비닐 하우스용 철재 파이프들이 여기저기 널려있어 주차장이 협소해져 있다. 사이로 들어가 대충 주차하고 건너에서 사당을 바라보고 사진 몇 장 찍고는 가까이 가보려 했지만 사당 앞에 매어진 진돗개가 짖어대고, 주차장 주위부터 간벌을 시작하는 인부들이 우글대면서 전기 톱 소리가 골짜기를 울리니 왠지 기분이 들지 않아 시간도 그렇고 하여 그냥 돌아 나오기로 한다.

 

나도 시골에서 자란 터라. 농번기에 이런 고요한 시골 마을에 산행을 갈 때는 늘 조심이 된다. 주민들이 바쁘게 농사 일을 하고 있는데, 놀러 간다고 흙 먼지 날리면서 지나가면 고운 눈으로 보아 줄리 만무하다. 그래서 좁은 농로나 골목길을 지날 때 경운기나 차가 오면 넓은 곳에서 잠시 기다렸다가 지나가면 가고, 좁은 길에서 짐을 내리거나 하면 멀찌감치서 잠시 기다렸다가 가면서 낚시나 산행을 가는 나로 인하여 농사일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하기 위해 조심을 하는 편인데, 오늘은 본의 아니게 이상하게 꼬여 사고를 치고 만다.

 

 * 기계 유씨 시조 사당(묘소) 전경. 묘지는 좌측 산 중턱에 있는 큰 산소인 듯하다. 

    오늘 산행도 하기 전에 이 곳에 먼저 온 것이 큰 실수였으며, 하마터면 큰 낭패를 당할 뻔 했다.

 

사람이 살다 보면 이런 황당한 경우를 당할 때도 있는 모양이다. 

 

기계 유씨 시조 사당 전경 사진을 찍고 주차장에서 차를 돌리려고 후진을 하는데, 노인네 한 분이 차를 막아 서기에 왜 그러시느냐고 물으니, 산골짜기를 가리킨다. 고개를 돌려보니 골짜기에서 두 사람이 고함을 지르며 불이 나게 달려내려 오고 있다. 차를 빼려고 차 앞에서 비키시라고 했더니 뒤에 파이프를 치였다며 도망칠까 봐 그러는지 본냇트에 바짝 붙어 막아 선다.

멀리서 내 차가 파이프를 치는 것을 보고 있었는지 잽싸게 고함을 지르며 달려 내려오고 노인네는 순식간에 앞을 막아선 것이다. 차에서 내려 보니 뒷바퀴가 비닐 하우스용 파이프 다발 위에 살짝 올라가 있는데, 차를 빼지 말고 그냥 두란다.

 

일단 차를 빼놓고 보자며 비키라 하고 차를 앞으로 빼 놓고 보니, 바닥에 여러 개 깔려진 파이프 위로 뒷바퀴 한쪽이 살짝 올라간 것이라 별로 손상된 것이 없어 보여, 일단 내가 실수한 것이라 잘못했다고 사과를 했는데도 막무가내로 앞을 막아서며, 나이 많은 두 사람은 가만히 보고만 있는데, 그 중에 젊어 보이는 한 사람이 계속 삿대질을 하면서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댄다. 나이는 내 보다 조금 더 들어 보이지만 시골 사람이라 검은 얼굴에 나이를 짐작을 할 수가 없으니, 어쩌면 내 보다 어릴지도 모른다.

 

일단 내가 실수를 한 것이 분명하므로 그냥 잘못했다고 거듭 사과를 하는데, 다짜고짜 이 양반아 내가 돈 주고 싸다 놓은 것을 차로 치어놓고 사과만 하면 되는 거냐며, 내가 함마로 자동차 다 부수어놓고 사과만 하면 되겠느냐고 한다.

순간 도무지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이구나 싶다. 앞뒤가 맞지 않은 말로 이 양반 저 양반 하면서 공갈협박 하듯 버럭버럭 고함을 지르는 것이 마치 겁 많은 초등학생을 골목에 몰아넣고 겁을 주고 있는 것 같은 살벌한 분위기다. 실수로 그런 것 하고 일부러 부수는 것은 다르지 않느냐고 말해도 막무가내다.

 

비닐 하우스용 파이프가 무슨 값 나가는 골동품도 아니고, 주차장에 마구 깔아 놓은 쇠붙이 파이프를 자동차로 후진하다 살짝 치었을 뿐인데, 너무 심하다 싶을 정도로 평생 듯도 못한 인격을 모욕하는 막말을 퍼부어대며 시비를 걸어온다.

차라리 왕창 부서졌더라면 굴욕을 당할 필요 없이 자동차 보험 회사에 연락하여 대물보상을 해주면 속이나 편할 진데, 훼손 된 것이 별로 없으니 대처가 곤란하다. 당장 현금으로 보상을 하라는 건지는 몰라도 마치 잘 걸렸다는 듯이 도무지 저의를 알 수 없는 행동을 계속하고 있다.

 

계속 고함지르며 같은 말만 하기에 다시 한 번 죄송하다고 했더니, 고함을 너무 질러 목에 힘이 빠졌는지 잠시 잠잠해 지는 것 같아 얼른 돌아서서 차에 올라 똥 밟은 기분으로 구시렁거리며 골짜기를 빠져 나온다. 주차장을 마구 어질러 놓은 본인들의 잘못은 간 곳 없고, 별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대며 공갈협박을 하는 꼴불견인 사람들. 어느 마을이던 법과 상식이 안 통하는 런 사람이 꼭 한 두 명씩 있기 마련인데, 마을 전체의 이미지에 먹칠을 하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잔뜩 기대하고, 오늘 처음 찾아온 기계면 미현리 마을의 수악한 인심에 혀가 내둘린다. 농촌 인심이 어쩌다 이렇게까지 추하게 되었는지 안타까운 생각이 들며, 행여 이런 곳에는 지나가다 나무 밑에 떨어진 알밤이라도 하나 잘못 주워먹었다간 밤나무를 통째로 물어줘야 할 것 같은 그런 험악한 동네라는 기분이 든다.

 

 * 치가 떨리는 끔찍한 그 곳을 돌아 나와서 옛날에 낚시하던 저수지 안쪽에 주차하고,

    잠시 축축한 기분을 가다듬고 산행준비를 하여, 아직 봄이 설은 비학산 왼쪽 날개 위로 어슬렁어슬렁 올라간다.

 

 * 오싹한 기분으로 올려다본 미현리 마을.

 

 * 작은 골짜기로 들어서니 산괴불주머니가 여기저기 꽃 피울 준비를 하고 있다.

 

 * 그래도 낙엽 위에서 생기가 도는 것은 이놈들뿐이다.

 

 * 올라가면서 돌아본 풍경.

 

 * 능선에 올라서니 호젓한 소나무 숲 길이 기다린다.

 

 * 아직 꽃은 보이지 않고.

 

 * 잠시 후 비학지맥 길을 만나 따라 올라가니.

 

 * 신광 쪽에서 활공장으로 가는 길이 여기까지 차가 올라 올 수 있는 도로가 있다.

 

 * 활공장으로 가는 길이 잘 정리되어 있다.

 

 * 멋진 오솔길.

 

 * 낙엽 촉촉한 길. 그러나 기분은 꿀꾸리하다.

 

 * 멀리 두륙봉과 비학산이 보인다.

 

 * 흐린 하늘엔 솔개 두 마리 떠 돌더니..?

 

 * 활공장에서 바라본 신광면 풍경.

 

 * 운무가 흐리지만 시계는 그런대로 좋은 편이다.

 

 * 비학산 활공장.

 

 * 앞에 보이는 두륙봉과 비학 풍경..

 

 * 돌아본 능선과. 골짜기에 출발 지점이 보인다.

 

 * 촉촉한 낙엽 길이 그저 그만이다.

 

 * 호젓한 낙엽 길을 걷노라면.

 

 * 두륙봉은 점점 가까이로 다가온다.

 

 * 전망바위.

 

 * 전망 바위에서 바라본 신광면 조망은 흐리다.

 

 * 멀리 걸어온 출발 점.

 

 * 사방이 점점 흐려지고 눈 발이 날리기 시작한다.

 

 * 신광 쪽 풍경.

 

 * 생강나무는 젖망울이 부풀대로 부풀어, 새초롬한 날씨에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 싸락눈이 쌓인다.

 

 * 아마도 올해 마지막 눈이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 나뭇가지 사이에도 싸락눈이 쌓인다.

 

 * 두륙봉에 올라서니 내리는 눈 속에 사방에 안개가 자욱하다.

 

 *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 두륙봉의 전망바위.

 

 * 여기에도 싸락눈이.

 

 * 비학산도 안갯속으로.

 

 * 탑정지 쪽으로는 잠깐 보이다가 다시 가린다.

 

 * 사방으로 싸락눈이 쏟아진다.

 

 * 아마도 올해의 마지막 눈 산행이다.

 

 * 봄 꽃을 찾아 왔다가 꽃은 구경도 못하고 눈 산행이다.

 

 * 사방이 점점 어두워진다.

 

 * 전망 바위에 앉아 도시락을 펼치고 마지막 눈을 맞으며 점심을 먹고는 아쉬운 마음으로 하산한다.

 

 * 이 곳은 진달래 군락지다. 꽃이 피면 얼마나 고울까.

 

 * 익말봉으로 가는 소나무 능선 길.

 

 * 삼거리에 리본이 주렁주렁 달렸다.

 

 * 촉촉히 눈을 맞아 붉은 빛을 토하는 낙엽 길.

 

 * 정겨운 길은 이어진다.

 

 * 간벌을 한 그루터기 마다 운지버섯이 많이 달려있다.

 

 * 발바닥 촉감이 좋다.

 

 * 능선을 따라 내려오다가 돌아본 두륙봉.

 

 * 유대사 묘 쪽으로 가는 길을 버리고, 우측 능선으로 내려서니 길이 별로 없다.

 

 * 익말봉 모습.

 

 * 나무 사이로 멀리 종점 저수지가 보인다.

 

 * 바스락거리는 능선을 따라 내려오면.

 

 * 산소가 나오고 늙은 소나무 어우러진 멋진 능선 길이 이어진다.

 

 * 마지막으로 멋진 능선 길이 장식을 한다.

 

 * 날 머리 에서 바라본 삼거리는.

 

 * 오전에 혼줄이 나고 돌아 나온 길. 기계 유씨 시조 묘소로 가는 삼거리다.

 

 * 보리밭에는 점점 푸른 빛이 더해가고.

 

 * 개울가 풍경은 봄빛 완연하다.

 

 * 걸어 내려온 능선과 미현리 풍경.

 

 * 여기 양지 밭에는 보리가 더 푸르다.

 

 * 그러나 오늘은 꽃 한 송이 구경을 못 했으니 허전하기만 하다.

 

 * 멀리 자동차가 보인다.

 

 * 이제 사방에 봄이 내려와 앉은 듯하다.

 

 * 옛날에 밤낚시 하던 포인트.

 

 * 금방 월척의 손맛을 느낄 듯하다.

 

 * 버들강아지 피어 오르는 저수지.

 

 * 화사한 버들강아지가 봄을 알린다.

 

 

산행을 마치고 저수지 안에 세워둔 자동차에 돌아오니 오후 4시다. 출발 할 때 기분이 꿀꾸리하여 시간도 보지 않고 그냥 올라 간 터라 정확한 시간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대충 4시간 이상을 이리 저리 돌아 다니며 야생화를 찾았지만 한 송이 구경도 못하고 때 아니 눈을 만나 마지막 눈 산행을 하고 온 샘이다.

 

오늘 산행에서 꽃을 한 송이도 구경하지 못한 터라 돌아오는 길에 매화꽃을 찾아 나선다.

 

 * 작년 이맘때는 화사하게 피어 있었는데, 지금은 꽃망울이 한껏 부풀어 있다.

 

 * 참다 못해 터트린 매화는 꽃샘추위를 잘 견딜지.

 

 * 올 봄에 처음 보는 가녀린 매화다.

 

 * 부풀어 오른 꽃망울 사이에 터진 매화를 찾아.

 

 * 하나하나 사진에 담아본다.

 

 * 봄비가 오락가락하는 새초름한 날씨에 파르르 떨린다.

 

 * 필까 말까 서로 눈치를 살피다가.

 

 * 성질 급한 놈이 먼저 도전을 한다.

 

 * 발 아래를 보니, 개불알풀이 무리로 꽃을 피웠다.

 

  * 오늘 처음 보는 야생화인 샘이다..ㅎ

 

 

예년에는 이 시기에 이 매화나무들이 꽃을 활짝 피웠었는데, 올해는 아직 이러고 있는 것을 보니 봄이 조금 늦게 오는 모양이다. 아니면 매년 일찍 피웠다가 꽃샘 추위와 된 서리에 고생을 경험한 매화나무가 이제 살아가는 요령이 깨우치고 천천히 주위의 눈치를 살펴가면서 하나 둘 조심스럽게 꽃망울을 터트리는 것이 아닐까 싶다.

   

* 오늘 꿀꾸리한 기분으로 걸어본 비학산 남쪽 날개 자락.

 

사람이 살다 보면 가끔은 남에게 좋은 일도 하게 되고 본의 아니게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을 하게 된다. 그래서 함께 어울려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이라 하지 않던 가. 내 욕심만 앞세운 사소한 일로 상대방의 입장을 무시한 체 입에 나오는 말을 다 내 뱉으며, 잡아 먹을 듯 으르렁대고 산다면 짐승과 다를 것이 무에 있으랴. 춘 산을 한 바퀴 돌고 왔음에도 아직까지 꿀꾸리 한 기분을 다 털어내지 못한 나는 아직도 구제불능인 속물 중에 속물인가 보다.

 

2012.03.10 호젓한오솔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