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렌 마음 추억이 된 백두대간 24구간 (진고개~ 대관령~ 닭목재)
솔길 남현태
봄이 되면서 운동 삼아 출퇴근 길에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것이 중독이 되어가는지, 퇴근 시간에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는 4월 1일 아침에도 딸막거리다가 자전거를 타고 출근을 하였더니, 예보 대로 이슬비가 내리고 바람이 거칠게 부는 퇴근길에 죽도시장 앞에서 우산을 쓰고 오는 사람을 피한 후 맨홀 위에 넘어져 오른손 골절상을 당하여, 저녁 시간에 가까운 병원을 전전긍긍 하다가 세명기독병원 응급실로 가서 치료를 하고, 이틀 후 4월 3일 금요일 오후에 핀을 3개 박아 토막 난 뼈를 고정하는 수술을 하니, 금쪽같은 4월의 첫 주말을 병실에서 보내게 된다.
자기 몸의 소중함을 평소에는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다가 오른손 잡이가 오른손을 다치니 여간 불편하지가 않다. 목욕과 세수는 물론이고, 깁스를 하고 나니 옷 소매가 들어가지 않아 당장 입을 옷이 없다. 탈부착형 반깁스를 하여 필요시 탈착을 하니 불편함이 다소 해소되기는 하여도, 자동차를 운전하고 다니는 출퇴근 길이 난감하다. 모든 것을 왼손으로 천천히 조작이 가능하지만, 스틱 기어변속 만은 오른손으로 하여야 하는 고통을 감내하며 곡예 하듯 구차하게 일주일을 보낸다.
3일간 입원을 하고 있는 동안 출퇴근 운전 걱정과 함께 맨 먼저 떠오르는 것이 일주일 후에 있을 백두대간 산행길이다. 부득이 이번 달 산행은 포기를 하고 나중에 혼자 땜방 산행을 해야겠다는 답답한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퇴원을 하고 나니, 담당의사 말대로 수술이 잘되었는지 다행이 치료 경과가 좋아 보여 당장 12일에 있는 제 15차 백두대간 산행을 간다고 하니, 마눌이 펄쩍 뛰면서 결사 반대를 한다.
꼭 가야 한다는 내 고집을 꺾을 수 없었는지 자기 몸은 자기가 알아서 하라는 토라진 말투로 점심 도시락과 오전, 오후 간식거리를 챙겨주며 차는 알아서 가라고 한다. 토요일 밤 12시에 포항 종합 운동장에서 출발하여 12시 15분에 연하재를 경유하는 버스를 타기 위해 일찌감치 차를 몰고 가는 도중에 생각을 하니 진통제와 소염제가 든 약봉지를 집에 두고 왔다.
다시 차를 돌려 약을 가지러 갈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갔다 오면 시간이 늦을 것 같아 그냥 고통을 참아보기로 하고 연하재에 도착하여 잠시 기다렸다가 잠시 후 예정된 시간에 도착하는 버스에 오르니 평소에 같이 걷던 선두팀 맴버들이 몇 명 보이지 않고, 오늘 산행에 참여한 대원이 총 26명 이라고 한다.
원래 오늘은 진고개에 도착하여 아침을 먹고 산행을 하기로 하였는데, 오늘 산행 구간에 출입금지 구역이 있어 행여 국공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 안전하게 가는 도중에 미리 아침을 먹고 산행 준비를 하여 목적지에 도착하는 즉시 신속하게 입산을 하기로 한다. 따뜻한 버스 안에서 단잠을 청하며 동해안 7번 국도를 따라 북으로 올라가다가 옥계 휴게소에 들려서 새벽 3시경에 아침 밥을 먹고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새벽 4시 10분경에 출발지 진고개에 도착한다.
오른손에 깁스를 하고 나니 행동이 둔하다. 버스 안에서 일찌감치 트랭글 GPS를 켜고, 텅 빈 진고개 주차장에 내려 어둠 속에서 각자 서둘러 산행 준비를 하고, 오대산 국립공원을 알리는 조명 탑을 지나 산불조심. 입산통제가 표시된 진고개 언덕길을 따라 오르기 시작한다.
흔들리는 랜턴 대열 중간쯤에 끼어 어슴츠레한 스무 사흘 그믐달이 비춰주는 노인봉을 향하여 오르는 길. 몸이 불편한 오늘 산행은 선두가 목적이 아니고, 후미에 붙어서라도 일단 대관령까지 약 25Km 산행을 해본 후 컨디션을 보아가며 닭목재까지 약 38Km 완주를 할 계획이다.
진고개는 강원도 강릉시 연곡면과 평창군 대관령면 사이에 위치한 고개로 지형적으로는 백두대간의 동대산과 노인봉 사이에 위치하고 있으며, 고개 이름은 비가오면 땅이 질다는 데서 유래되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또 고개가 길어서 긴 고개라고 하다가 방언의 구개음화로 진고개가 되었다고도 한다.
노인봉과 소금강으로 갈라지는 삼거리에서 일부 대원들은 3백 미터 거리에 있는 노인봉을 오르고, 선두팀은 소황병산으로 향하는 등산로를 찾느라 어둠 속에서 잠시 우왕좌왕 한다. 여러 번 가본 바위 봉우리 노인봉을 어둠 속에 찾아가는 것이 별 의미가 없어 보이고, 오른손이 불편한 상태로 바위 길이 위험 할 것 같아서 오늘은 포기한다.
노인봉(1,338m)은 산의 정상에 기묘하게 생긴 화강암 봉우리가 우뚝 솟아 그 모습이 사계절을 두고 멀리서 바라보면 백발 노인과 같이 보인다고 하여 산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어둠 속에서 길을 잘 못 들어 소금강 쪽으로 너무 내려 와버린 것 같아 잠시 돌아 올라가다가 좌측으로 소황병산으로 향하는 대간길을 찾아 출입금지 구역인 울타리를 넘어서고, 소황병산으로 향하는 길에 서서히 날이 밝아와 랜턴을 끄고 걷는다. 뒤에 오던 대원들 중에 몇 명이 소금강 쪽으로 잘 못 내려간 것 같은데 연락이 안 된다고 한다.
전방에 초소가 있는 곳에 이르니 날이 훤하게 밝아오는 시간, 어지럽게 널브러진 철조망을 슬며시 밟고 넘어서니, 확 트인 목장 초원이 앞에 나타난다. 광활한 목장 초지 가운데 가슴처럼 볼록한 둔덕이 소황병산 이라고 한다. 모두 목장 가운데 있는 소황병산 쪽으로 향하다가 별 의미가 없는 것 같아 좌회전하여 걸음을 돌린다.
이 지역은 출입통제 구역이다. 목장 초지로 변해버린 드넓은 소황병산 풍경을 뒤로하고, 선두팀의 서두른 걸음은 목장 옆으로 난 낙엽 숲 길을 따라 매봉으로 향한다. 산상에 잔설이 남은 좁은 골짜기에도 맑은 물이 흐르고, 시원한 아침 공기를 가르며 선두팀은 무엇에 쫓기듯 발걸음을 재촉한다.
다시 이어지는 목장 초지 옆으로 따라 가는 길가에 흐릿한 아침 해가 솟아오르고 발 아래 다문다문 얼레지와 노랑제비꽃이 피어 있지만, 아직 이른 시간이라 간밤의 추운 날씨에 웅크리고 있는 어설픈 모습들을 이지렁스럽게 엎드려 사진을 찍어주며 걷기에는 선두팀 발걸음이 빠른 것 같아 그냥 바라만 보고 아쉬운 마음 중얼거리며 통과한다.
우측으로 펼쳐지는 시원스런 목장 풍경을 바라보면서, 달려 나가는 발걸음들 가볍다. 길가에 달아 나다가 뒤가 궁금한지 걸음을 멈춘 엉덩이 하얀 노루도 만나면서 잠시 걸으니, 멀리 언덕배기 목장 초지 위에도 노루 한 마리 뛰어가다 머뭇머뭇 두리번거린다. 숨가쁘게 달려온 선두팀 넓은 초지 위에 앉아 잠시 쉬어가기로 한다.
자리를 잡고 둘러 앉아 간식을 먹으면서 잠시 쉬어가는 시간 철심 박은 오른 손을 너무 무리하게 흔들어서인지 뻐근하게 저려오는 것 같아 진통제와 소염제 약을 가지고 오지 않은 것을 걱정 했더니, 마침 커피향기님이 약이 있다고 하면서 건네주어 진통제와 소염제 두 알씩 입에 넣고 물을 마시니 걷기가 한결 수월하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일어선 여덟 명의 선두팀 발걸음이 가볍다. 돌아보니 후미 대원들 모습은 아직 보이지 않고, 목장 옆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잠시 오르막을 오르니, 매봉 오르는 길목에 감시 카메라가 지켜 서서 내려다 보고 있다. 감시 카메라 앞을 오르면서 돌아보니 멀리 중간 팀 따라 오는 모습이 가물가물 보인다.
고개를 숙이고 감시 카메라 앞을 통과하여 허름한 매봉에 올라서니, 걸어온 노인봉 삼거리에서 여기 까지가 출입 금지구역이다. 누군가 작은 돌맹이를 정상석으로 새워놓은 매봉에는 J3클럽 대간 13차 팀에서 백두대간 매봉을 알리는 안내판을 달아놓았다. 잠시 솔 빛 푸른 오솔길 따라 이어지는 발걸음은 곤신봉으로 향한다.
목장 초지 위에 늘어선 풍차들은 오늘 아침 바람 잠잠한 날씨에 할 일이 없는 듯 모두가 한가롭기만 하고, 초원을 걷는 우리들의 발걸음도 가볍기만 하다. 멈출 듯 꼼지락 대는 풍차들 목장 옆으로 난 길을 따라 네 사람이 앞만 보고 걷다가 돌아 보니 약간의 거리를 두고 따라 오는 선두팀 대원들 살짝 당겨보니 거기에도 여유롭다.
임도와 오솔길을 번갈아 가며 이어지는 시원한 목장길 가끔씩 뒤를 돌아보며 서두른 발걸음은 동해 전망대에 도착한다. 선두팀 기념사진 찍어주고 찍혀보고, 전망대에서 바라본 곤신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동해의 조망은 하얀 운해 속에 고이 잠들어 있다. 선두 대원들이 전망대 위에 다 모여서 단체로 기념 사진을 찍으면서 추사님과 자리 바꿔 나도 한 장 찍혀본다.
바람의 언덕길을 따라 길가 언덕 위에 바위가 있는 곳이 곤신봉(1,131m)임을 알리는 커다란 정상석 앞을 지난다. 곤신봉(1,131m)은 강릉부에서 볼 때 거의 서쪽, 즉 전통적 방위 용어로 곤신에 위치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이 줄기에는 명당이 많아 묘 자리로 많이 쓰이는데 이곳에서 부는 바람이 세차서 묘를 쓸 때는 곤신봉을 향하여 쓰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다.
멀리 산봉우리 위에 정상석이 가물가물 보이는 선자령을 바라보며 목장 임도를 따라 둘러 가는 길, 선자령으로 향하여 발걸음을 재촉한다. 선자령 오르는 길 가에 하얀 노루귀가 지천으로 피어 있어, 아무리 바쁜 대간 길이라 할지라도 잠시 걸음을 멈추고 다가 앉아 열심히 카메라를 겨누어 본다.
노루귀는 쌍떡잎식물 미나리아재비목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 풀로, 산지나 들판의 경사진 양지에서 자라는데, 큰 나무들이 잎이 무성해지기 전인 이른봄에서 4월까지 흰색 또는 연한 붉은색 꽃을 피운다. 봄에 어린 잎을 나물로 먹으며 관상용으로 심는다. 민간에서는 8~9월에 포기째 채취하여 두통과 장 질환에 약으로 쓴다. 한국과 일본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쫑긋한 노루귀 가족 떨기가 실하여 집중적으로 셔터를 눌러 보는데, 이제 막 잠은 깬 듯 고개 숙인 얼레지의 속이 보일 듯 말 듯 배시시 웃는 모습에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아직 정신을 못 차리고 널브러진 노루귀들 사진을 찍고 일어나니, 같이 가던 선두 일행은 이미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선자령 오르면서 돌아보니 걸어온 능선과 한가로운 풍차들 모습이 아련하게 늘어진다. 선자령에 올라서니 꽃 사진 찍는 동안 먼저 올라온 선두 일행이 도착해서 쉬고 있다. 몇 번 와본 곳이지만, 백두대간 선자령 정상석 참 우람하다.
선자령(1,157m)은 강원 평창 대관령면과 강릉 성산면 경계에 솟아 있는 산으로, 백두대간의 주능선에 우뚝 솟아 있다. 산 이름에 '산'이나 '봉'이 아닌 '재령'자를 쓴 유래는 알 수 없는데, 옛날 기록에 보면 산경표에는 대관산, 대동여지도와 '사탑고적고'에는 보현산 이라고 써 있다. 산자락에 있는 보현사의 기록을 전하는 태고사법에는 만월산으로 적혀있는데, 보현사에서 보면 선자령이 떠오르는 달과 같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된다.
선두팀 기념사진 찍어주고 나도 한 번 찍혀보고,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다시 대관령을 향하여 걸음을 재촉한다. 대관령으로 향하는 목장 능선길 지나 새봉으로 오르는길, 노랑제비꽃이 소담스럽게 피어 있어, 잠시 다가 가서 깁스 한 둔한 손놀림으로 몇 장 담아 본다.
노랑제비꽃은 쌍떡잎식물 측막태좌목 제비꽃과의 여러해살이풀, 한국(전지역), 일본, 중국 헤이룽강에 분포하며, 산이나 풀밭에서 자란다. 꽃은 4~6월에 노란색으로 피며, 열매는 삭과로 달걀모양의 타원형이고 8~9월에 익으며 털이 없다. 어린 싹은 식용하고 관상용으로 심는다.
바람에 떨고 있는 야생화 사진을 찍고 나면 앞서간 일행을 따라 잡기가 버거워 진다. 통신 중계소 앞을 지나 오전 10시 30분경에 대관령 도로를 건너, 오늘의 중간 정착지인 대관령 주차장에 도착하니 기다리고 있기로 한 버스가 없다.
대관령(832m)은 강원 강릉시와 평창군의 경계에 있는 고개로서 총연장이 13Km 이고, 서울과 영동을 잇는 태백산맥의 관문이며, 영동 고속도로가 지났으나 2002년 11월 횡계~ 강릉 구간이 터널로 바뀌었다. 대관령의 연혁을 보면 대령이라 부르기도 하였으며, 동쪽 경사면의 도로는 아흔아홉 구비라고 한다. 예로부터 고개가 험해서 오르내릴 때 '대굴대굴 크게 구르는 고개'라는 뜻의 대굴령에서 음을 빌려 대관령이 되었다. 또 다른 유래로는 영동지방으로 오는 '큰 관문에 있는 고개'라는 명칭에서 대관령이 유래했다고 한다.
버스 기사에게 전화를 했더니, 아직 도착한 시간이 이른 줄 알고 자고 있었다면서 5분내로 도착한다고 하여, 잠시 기다린 후에 버스가 도착하고 차에서 도시락을 가져다 느긋하게 점심을 먹은 후 중간팀이 도착 할쯤에 선두팀은 자리에서 일어나 능경봉을 향하여 오후 산행을 시작한다.
배불리 점심을 먹은 선두 팀은 경부 고속도로 개설 기념탑이 있는 능경봉 자락으로 오르기 시작하고, 가파른 오르막 길에서는 부른 배를 삭히느라 안숨이 목구멍까지 차오른다. 오늘 처음으로 잠시 가쁜 숨 할딱이며 능경봉에 올라서니, 단체 산행을 온 산님들이 능경봉 정상을 가득 메우고 기념 사진을 찍고 있어 잠시 양해를 얻어 정상석 사진 한 장 찍은 후 서둘러 통과하며, 능경봉 정상에 머무는 산님들이 여유롭게 보인다.
능경봉(1,123m)은 강원 강릉시와 평창군 사이에 있는 산으로 산속에 샘이 있고 날씨가 가물어서 비를 빌면 영험이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산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는 세 가지 속설이 있는데, 첫째, 대관령 능선 아래 있다고 해서 능정봉이라 한다. 둘째, 산의 모양이 둥그스름하여 마치 큰 왕릉처럼 생겨서 능정봉이라 한다. 셋째, 활시위처럼 생겨서 소궁음산이라 한다.
돌계단을 따라 능경봉 내려서는 길에는 바람 끝이 차갑게 느껴진다. 바스락 낙엽길을 걷다가 돌계단을 따라 내려서니, 데크 옆에 쌓인 돌무더기가 백두대간을 걷는 산님들이 하나 둘 주워다 쌓은 행운의 돌탑이라고 한다.
행운의 돌탑은, 우리의 선조들은 험한 산길을 지날 때 마다 길에 흩어진 돌들을 하나씩 주워 한곳에 쌓아 길도 닦고, 자연스럽게 돌탑을 만들어 여로의 안녕과 복을 빌며 마음으로 나마 큰 위안을 받았다고 한다. 이런 선조들의 풍습을 오늘에 되살려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 백두대간 길에 행운의 돌탑을 새우게 되었다고 한다.
선두팀 이어지는 발걸음은 마지막 봉우리 고루포기산으로 향한다. 낙엽 바스락거리는 대간 오솔길은 오후로 접어들면서 사방에 안개가 짙어지더니, 깁스를 한 손끝이 시럽을 정도로 기온이 점점 사늘하게 느껴진다. 사방에 장막을 드리운 짙은 안개로 조망이 없는 무료한 산행길이 이어지는 듯하다.
잠시 오르막길 오르고 안개낀 능선을 달려 전망대 봉우리를 오르는 길에 돌담을 쌓아 놓은 연리지 나무를 지난다. 오르막 길에 만난 노루귀 여인의 하얀 자태에 가던 걸음을 멈추고 엎드려 접사로 카메라를 겨누어 야생화 사진을 담다 보니, 또 같이 가던 일행을 놓치게 된다.
잠시 가쁜 숨 할딱이며 전망대에 올라서니, 사방이 안개로 조망은 없고, 벤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잠시 쉬어간다. 전망대의 이정표에는 오늘의 마지막 봉우리 고루포기산이 1Km 남았음을 알린다. 고루포기산 오르는 길에 산괭이눈이 무리로 피어난 산괭이눈 앞에 엎드려 고장 난 손으로 정성을 다해 접사를 해해보는데, 들판에서 만나던 괭이눈과는 고귀한 자태가 사뭇 다른 느낌이 든다.
산괭이눈은 우리나라 중북부 이북에서 자라는 다년생 초본으로, 생육 환경은 주로 응달이나, 고목 주변에서 자란다. 연한 녹색에 가운데는 노란색으로 상단부에서만 꽃이 뭉쳐 달린다. 꽃이 필 때 주변의 녹색 잎들은 매개 충을 모으기 위해 꽃처럼 노란 색으로 변하고, 종자가 맺으면 다시 녹색으로 돌아온다. 열매는 6~7월경에 달리고 넓은 난형이다. 다른 괭이눈 종류들이 대부분 개울이나 습지에서 자라는 반면 산괭이눈은 약간 마른 당에서 자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주로 관상용으로 쓰인다.
이 높은 곳에서 꿩의 바람꽃도 만난다. 꿩의바람꽃은 우리나라 각처의 산지에서 자라는 다년생 초본이다. 생육환경은 숲 속의 나무 아래에서 주로 자라며 양지와 반그늘에서 볼 수 있다. 이 품종은 수분의 가늠자와 같은 역할을 하는데, 주변에 수분이 많이 없으면 펴있던 잎이 말려서 수분이 부족한 것을 알 수 있게 한다. 주로 관상용으로 쓰이며 부리는 약용으로도 쓰인다.
야생화가 많은 고루포기 산에서 꽃 사진을 찍느라 앞서간 일행들이 보이지 않으니, 서둘러 복수초 여인을 겨누는 손끝이 아려온다. 근교산에서 흐드러지게 보아오던 복수초 여인을 대간 길에서 만나니, 분위기가 새롭고 반갑기만 하다.
복수초는 원일초, 설련화, 얼음새꽃 이라고도 하며, 산지 숲속 그늘에서 자란다. 꽃은 4월 초순에 피고 노란색이며 지름 3~4Cm로 원줄기와 가지 끝에 1개식 달린다. 우리나라에는 최근 3종류가 보고되고 있는데, 제주도에서 자라는 '새복수초'와 '개복수초' 및 '복수초'가 보고되었다. 여름이 되면 하고현상(고온이 되면 고사하는 현상)이 일어나 지상부에서 없어지는 품종이다. 뿌리(복수초근)를 포함한 전초를 한방과 민간에서 진통제, 창종, 강심제, 이뇨제로 사용하지만 유독성 식물이다. 꽃말은 '슬픈추억'이며, 한국, 일본,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복수초 사진을 마지막으로 찍고 고루포기 산을 향하여 오르는데. 한 무리의 산악자전거 팀이 자전거를 타고 내려온다. 조심하세요. 나도 자전거 타다가 요렇게 됐어요. 하면서 깁스한 손을 들었더니 웃으며 지나간다. 낙엽 속에 아직 얼음이 된 눈이 남아 있는 오늘의 마지막 봉우리 고루포기산 정상에 올라선다.
고루포기산(1,232m)은 강원 평창군 도암면 수하리와 강릉시 왕산면 고루포기 마을 사이에 있는 산으로 태백산맥의 줄기인 해안산맥에 속한다. 백두대간 상에 솟아 있는 산으로, 고생대 평안계퇴적암니 분포하는 곳으로, 울창한 숲과 초원지대와 야생화가 조화를 이루어 풍경이 아름답다.
야생화 사진을 찍는 동안 먼저 올라온 일행들이 정상에서 쉬고 있어. 나도 배낭을 풀고 간식을 먹으며 잠시 쉬어 간다. 고루포기산을 지나 낙엽 바스락거리는 길이 잠시 이어지다가 안개 자욱한 바위길 따라 목쟁이 쪽으로 내려서니, 얼레지 군락지로 내려선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아름다운 모습들을 카메라에 담아본다.
얼레지는 가재무릇이라고도 하며, 전국의 높은 산에서 자라는 다년생 구근 식물로서, 생육 환경은 반그늘이며 물 빠짐이 좋은 비옥한 토질이어야 한다. 잎은 나물로 하고 비늘줄기를 약용으로 쓰이며, 꽃말은 '질투'이고 한국, 일본 등지에 분포한다.
낙엽 위에 고개 숙인 연분홍 얼레지 여인 화사한 얼굴을 처다 보며 카메라에 담느라 잠시 낙엽 위에 엎드려 실랑이 한다. 낙엽 위에 여기저기 피어난 얼레지 사진을 카메라에 담아보고, 앞서간 일행을 따라 잠시 오르막길 가쁜 숨 할딱인다.
갑자기 고도를 낮추는 대간길은 서서히 닭목재를 향하고 있는 듯하고, 자욱한 안개 속에 빗방울 후두둑 거리니 발걸음들 더욱 빨라진다. 산죽 사이로 오솔길 오르락 내리락 달려 가파른 나무 계단길 내려서니, 농장을 넘나드는 임도 고개를 건너고, 안개 자욱한 오솔길과 농로가 이어지다가 백두대간 표지석이 있는 대기리 마을 닭목령에 도착하니, 마을 창고 앞에 세워진 버스에 대관령에서부터 버스를 타고 종주한 대원 몇 명이 기다리고 있다. 오늘의 선두팀과 중간 대관령에서 버스를 타고 와 기다리고 있던 대원의 기념사진을 찍으면서, 나도 한 장 꼽사리 낑겨 보며 오늘 산행길은 종료된다.
진고개를 출발한지 약 9시간 25분 정도 소요된 오후 1시 35분경에 선두 대원 7명이 예정시간 보다 빨리 닭목재에 도착하니, 대관령에서부터 오후 산행은 버스로 종주한 몇 명의 대원들이 하산주를 준비해놓고 기다리고 있다가 놀란 표정들이다. 기념 사진을 찍고 잊고 있었던 GPS를 끄고 산행거리 37.4Km에 평균 산행 속도가 4.5Km 라고 하니, 오른쪽 날개가 부러져서 못 난다고 하더니, 아마도 꾀병인 것 같다고 한다.
사방이 차가운 안개로 자욱이 싸여 있는 닭목재는 오는 봄을 시샘하는 듯 날씨가 얼음처럼 차갑다. 버스 옆에서 남은 식수 한 병으로 머리 감고 땀에 젖은 옷을 갈아 입은 후 따뜻한 추어탕에 국밥 한 그릇 말아 먹고, 영해에서 준비해온 생선회 안주로 소주 몇 잔 마시고는 얼른 차 안으로 들어와 휴식을 취하며 후미 대원들이 하산하기를 기다린다.
약 2시간을 기다리니 후미가 모두 하산을 하고, 하산주가 끝난 후 오후 4시가 조금 지난 시간에 닭목재를 출발하여, 대체로 이른 시간인 저녁 7시 40분경에 아침에 출발한 연하재에 도착한다. 철심이 박힌 어둔한 손으로 운전하여, 우리 동네에 살고 있다는 일일 회원을 태워주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부상으로 포기할까 하다가 출발이 어려웠던 제 15차 백두대간 길을 성공리에 갈무리해본다.
(2015.04.12 호젓한오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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