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클럽 낙남정맥 2구간 (길마재~ 천왕봉~ 원전고개)
솔길 남현태
작년 10월에 처음으로 백두대간 종주 산행을 마치고 나니, 장거리 목적 산행에 슬슬 재미가 붙어가는지 이왕 나선 걸음에 9정맥까지 완주를 해버리자는 욕심이 생기게 되고, 금년 1월부터 셋째 주 일요일에는 고운산정 산악회를 따라 금남정맥과 금강정맥을 시작하고, 2월부터 매월 넷째 주 일요일에는 몇 번 함께 산행을 한적이 있는 포항의 명문인 산으로클럽 산악회에서 낙남정맥을 시작한다고 하여 종주 대원으로 참여하게 된다.
백두대간인 지리산 '영신봉'에서 가지를 뻗어 수많은 산봉우리를 오르내리다가 마지막 김해 '동신어산'을 거처 낙동강 하류에 잠기는 낙남정맥은 원래 기점인 지리산 영신봉에서부터 산행을 시작하기로 하였는데, 최근들어 지리산은 일부 개방된 구간을 제외하고는 모두 산불 감시가 삼엄하여, 부득이 1구간 산행은 산불경방 기간이 끝나는 5월 이후로 미루고, 우선 '길마재'에서 '원전고개'까지 명산이나 볼거리가 별로 없어 조금은 지루하게 느껴진다는 2구간부터 산행을 진행하기로 한다.
일요일 아침 5시에 집 근처 두호동 동사무소 앞에서 버스가 출발을 한다고 하였는데, 일요일에 전국적으로 비가 온다고 하여 산행 예정지인 경남 사천시의 일기 예보를 보니 아침 9시부터 종일 비가 온다고 한다. 낙남정맥은 첫 산행부터 수중전을 하여야 한다는 생각으로 구시렁 거리며 배낭을 꾸린다.
토요일 저녁 주말 드라마가 끝나는 시간인 11경에 휴대폰 알람을 새벽 3시 40분에 맞추어 두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마눌이 먼저 일어나 도시락을 싸놓고 깨워서 일어나니 잠시 후 알람이 울린다. 배낭을 챙기고 아침을 먹은 후 오늘도 과감하게 멀미 약을 먹지 않고 견디어 보기로 하고 일찌감치 준비하여 집을 나선다.
출발이 10여 분이나 남은 시간에 두호동 동사무소 앞에 도착하니, 버스에는 아무도 없고 몇 번 본적이 있어 낯익은 버스 기사님이 어서 오세요 한다. 두호동에서 4명이 탑승하고 5시 정각에 출발한 버스는 포항 시내를 경유하여, 25분에 종합 운동장에 도착하여 남구 회원님들이 탑승하고, 이동사거리를 경유하여 총 23명의 대원들을 태우고 고속도로에 올라선다.
도중에 휴게소에 한 번 들렀다가 산악회 회장님이 찬조한 김밥으로 차내에서 아침을 해결하고, 산행 출발점인 길마재로 향하여 가는 중에 염려했던 대로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버스 안에서 우중 산행을 준비하며, 아침 8시 20분경 길마재 아래 궁항리 마을을 지나니, 갑자기 1014번 지방도가 폭이 좁아지면서 대형버스는 진입이 불가능하다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모두 차에서 내려 길마재까지 걸어 올라가려고 준비를 하는데, 조금 전까지 내리던 비가 그친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모두 행장을 챙긴 후 기념사진을 찍고 약 1.5Km 거리의 길마재를 향하여 올라가는데, 방금 비가 그친 축축한 시멘트 포장 길을 따라 올라가는 발걸음은 날씨가 포근하니 여느 봄날 같은 기분이 든다.
산자락에 다문다문 농가가 붙어 있는 버스도 들어오지 못하는 산골 마을을 지나는데, 발걸음 뒤에 구름 사이로 반가운 햇살이 비친다. 따라 오는 대원들의 모습이 일부 사라질 쯤에 오늘 낙남정맥의 출발점인 길마재에 도착하여, 잠시 기다렸다가 단체로 기념사진을 찍은 후 본격적인 산행 길에 오른다.
낙엽 촉촉한 비탈길 오르다가 고인돌처럼 생긴 바위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기념 사진을 찍은 후 산죽 우거진 낙남정맥 '칠중대고지'에 올라선다. 사람의 키 보다 훨씬 크게 자란 산죽 우거진 칠중대 고지는 잠시 몇 미터 거리에 댓잎에 맺힌 이슬이 옷을 축축하게 만들어 버린다.
오늘 원래 산행계획이었던 지리산 영신봉에서 내려오는 낙남정맥 1구간은 몇 시간을 이런 산죽 속으로 걸어야 한다는데, 비가 내려 이슬이 있는 오늘 같은 날엔 고생께나 하겠다는 생각이 드니, 오늘 2구간으로 먼저 온 것이 참 다행스러운 일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황금빛 낙엽이 촉촉한 마루금 오솔길 오르락 내리락 걷는 걸음, 좌측 나무 사이로 보이는 골짜기 마다 내려앉은 은은한 구름 위에 엎드린 산봉우리들 모습이 정겹다. 서두른 발걸음은 시멘트 포장된 지리산 둘레길인 '양이터재'에 내려선다. 양이터재는 하동군 옥종면과 창암면을 잇는 재이며 낙동강수계와 섬진강 수계가 나뉘는 재이다. 산 아래 마을에 양씨와 이씨가 많이 산다고 하여 양이터재라고 한단다.
양이터재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막걸리 나누어 마시며 잠시 쉬고 나서, 이어지는 발걸음은 고만 고만한 봉우리들 오르내리는 촉촉한 낙엽 길을 달려간다. 간벌을 하여 시원시원 한 참나무 능선길 방화고지에서 걸음을 멈추고 걸어온 능선 돌아보니, 멀리 지리산으로 이어지는 봉우리들이 운무 속에 아련하다.
선두 4명이 따라 오는 대원들을 기다리며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가 내려서는 능선은 안개 속에 모습을 감추었고, 간벌을 한 시원한 능선에 대나무 꼬챙이가 여기저기 꼽혀있어 모두 뭔가 했더니, 편백나무 묘목을 심어놓고 위치를 표시 해둔 것인데, 심어놓은 편백나무는 묘목이 너무 어려 잡초 속에서 대부분 말라 죽은 듯하다.
멀리 천왕봉과 옥산이 바라 보이는 능선 길은 포장 도로를 끼고 이어지다가 잘록한 '돌고지재'가 보이는 농장 길 걸어, 황금빛 마른 억새 언덕을 지나 포근한 날씨에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하는 매화나무 아래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사진 몇 장 담아보고는 내려선 아스팔트 포장 길은 '돌고지재' 59번 국도와 만나고, 돌고지재 삼거리 길을 건넌다.
돌고지재(310m)는 경남 하동군 횡천면 저대리와 옥종면 회신리를 잇는 고개로 전남 광양에서 강원도 양양까지의 59번 국도와 1003번의 지방도가 만나는 삼거리에 있는 교통의 요지이며, 명칭은 돌이 많아 돌고지재라 불렀다.
돌고지재 안내판 앞에서 간식을 먹으며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가 사유지인 듯한 농장 주인 대신 사납게 짖어대는 개들의 눈치를 보아가며 시멘트 포장된 농로를 따라 잠시 오르막 길 오르다 보면, 낙남정맥 이정표가 세워져 있고 편백나무 숲 속으로 접어들어 가파른 나무계단 길 따라 잠시 오르니, 능선을 따라 가는 시멘트 임도를 만나고, 잠시 후 비포장 임도를 따라 걷는다.
다시 등산로를 따라 주렁주렁 리본이 달린 작은 봉우리들 올랐다 내려서고 올 겨울 이 지방에는 눈이 얼마나 많이 내렸는지, 여기저기 폭탄을 맞은 듯 몸통과 가지가 부러진 소나무들이 널브러져 있는 길을 지난다. 봄 향기 풍겨오는 포근한 소나무 숲길 따라 걷다가 잠시 가파른 나무 계단길이 올라서니, 눈 앞에 오늘의 주봉인 천왕봉 정상에는 산님들 목소리가 왁자지껄 하여 정상을 몇십 미터 앞에 두고 솔잎 폭닥한 소나무 숲에 둘러앉아 점심을 먹고 출발을 한다.
천왕봉 오르는 길도 눈에 눌린 소나무 가지가 많이 부러져 있다. 천왕봉 정상에는 조금 전에 산 아래 마을 사람들이 올라와 제사를 지내고 내려갔다고 한다. 오늘의 주봉인 천왕봉은 겨우 602m의 작은 봉우리일 뿐인데, 정상석 앞에는 작은 제단을 만들어 놓았다. 정자가 있는 천왕봉에서 잠시 기념사진을 찍으며, 잘 보이지 않은 사방을 둘러보며 잠시 쉬어간다. 천왕봉에서 바라본 하동군 북천면 화정리 마을 풍경은 운무 속에 희미하다.
옥산과 갈라지는 삼거리에 도착하니, 정맥길에서 1Km정도 벗어나 앉은 옥산의 조망이 좋다고 하여 오늘 갔다 올 계획이었는데, 사방에 운무가 끼어 조망이 없으니, 여기서 보나 거기서 보나 똑 같을 것 같아 포기하고 그냥 정맥 길을 따라 행군을 계속한다.
이어지는 소나무 숲 능선 길은 나무계단 길 따라 고도를 팍 낮추더니, 대나무 숲이 있는 급경사 나무계단 길 따라 임도에 내려서고, 백토재 1005번 지방도에 합류하여, 자동차들 쌩쌩 달리는 백토재 고갯길을 건넌다. 백토재는 도자기를 만드는 백색 점토가 많이 나는 곳이라 하여 붙여진 지명이라고 한다.
백토재 건너 언덕배기에 올라 산대장님 막걸리 나누어 마시면서 대원들이 따라 오기를 잠시 기다리며 쉬어간다. 이어지는 밤나무 농장 길과 묘지들을 지나고 소나무 숲길 따라 올라서면 등산로는 임도와 만났다 헤어지고를 반복한다. 임도를 건너고 묘지 뒤로 이어지는 어설픈 마루금은 다시 임도를 만나고, 넓은 묘목 농장이 있는 시멘트 길을 따라 언덕배기에 올라서니 걸어온 나지막한 산봉우리들이 운무 속으로 꼬리를 감춘다.
리본이 주렁주렁 달려 있고 등산로가 꼬부라지는 무명봉을 지나서 오늘 두 번째로 트랭글이 울리는 나지막한 봉우리에 오르니, 소나무에 옥정봉(244m)이라는 안내판이 붙어 있다. 민두룸한 소나무 숲 옥정봉에서 농장 임도에 내려서니 새싹이 파릇파릇 푸르러 오른다. 다시 마루금을 찾아 올라선 민두름한 능선 길에 바쁘게 이어지던 발걸음이 '마곡고개'에 도착하니, 우리가 타고 온 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컨디션 난조로 돌고지재에서 탈출한 여성 대원 한 명이 근처 영불암 구경을 하러 갔다고 한다.
버스 앞에서 잠시 물 한 모금 마시고 이제 1.8Km 정도 남은 원전고개로 향하여 걸음을 재촉한다. 잠시 가파른 오르막 올라서 등산로와 임도를 따라 잠시 촐랑대던 길은 인간의 흔적이 많은 망가진 마루금을 따라 재촉한 발걸음은 자동차들 바삐 달리는 2번 국도 옆을 따라 오늘의 종점 원전고개에 도착하여 낙남정맥 원전고개를 알리는 이정표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면서 오늘 산행길은 종료된다.
오늘 걸은 낙남정맥은 이정표와 등산 안내판 시설이 참 잘 설치되어 있는 것 같다. 고개 위로 자동차들이 날라 다니는 원전고개는 물길을 가르는 마루금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너무 밋밋하기만 하다.
약 26Km의 거리를 7시간 20분 정도 소요된 산행을 마치고 하산을 하니, 쓸데 없는 곳에서 기다리고 있던 버스가 아직 도착하지 않아 바람막이를 꺼내 입고, 막걸리와 맥주를 나누어 마시면서 잠시 기다리니 버스가 도착한다. 배낭에서 식수를 꺼내 간단하게 세수와 머리를 감고 옷을 갈아 입은 후 잠시 기다리니 선두팀과 1시간 정도 차이로 모든 대원들이 하산을 완료한다.
버스로 이동하여 미리 예약된 식당에 들러 김치찌개로 저녁을 먹으면서 푸짐하게 하산주를 나누고, 포항으로 돌아오는 길은 비가 제법 많이 내린다. 휴게소에 들러가며 저녁 9시가 조금 지난 시간에 포항에 도착하니, 포항에도 저녁에 돌풍이 불고 천둥번개를 동반한 비가 잠시 내렸다고 한다.
아침에 역순으로 시내를 경유하며 대원들을 내리고, 종점인 두호동사무소 앞에 내려서 대간 동지 곤조님의 차로 10시가 가까워지는 시간에 집으로 돌아오니, 잠시 후 즐겨보는 주말드라마 '내딸 금사월'의 마지막 회가 시작된다. 오늘 함께 걸은 산행 대장님과 모든 종주 대원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면서, 포항의 명문 산으로클럽 산악회와 함께 한 낙남정맥 2구간 산행 길을 성공리에 갈무리 해본다.
(2016.02.28 호젓한 오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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