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남정맥수필

산으로클럽 낙남정맥 5구간 (부련이재~ 천왕산~ 배치고개)

호젓한오솔길 2017. 7. 21. 20:13

 

 

산으로클럽 낙남정맥 5구간 (부련이재~ 천왕산~ 배치고개)



                                                                 솔길 남현태



좁은 땅덩어리 한반도에서 서울을 비롯한 서쪽 지방에는 엘리뇨 현상으로 때 이른 5월 불볕더위가 기온이 영상 34도까지 올라가는 무더운 날씨에 폭염주의보까지 내려졌다고 하지만, 포항을 비롯한 동해안에는 연일 동풍이 시원하게 불어 아침 저녁으로는 약간 추위를 느낄 정도로 살살하여 계절의 여왕답게 생활하기 딱 좋은 날씨가 이어지니, 덥다는 뉴스가 남의 나라 이야기처럼 들린다. 금요일 낮 기온을 보니 포항과 서울의 기온 차가 10도나 된다.


짙어가는 초록 향기 속에 시작된 오월도 점점 기울어가는(5월 22일) 넷째 주 일요일은 길일인지 각종 행사가 많이 겹치는 날인 듯하다. 포항에서 초등학교 동기 자녀 결혼식이 두 건이나 있고, 고향 향우회에서도 일 년에 한 번 있는 산행 행사로 가야산 등산을 간다고 하였지만, 올해는 이 모든 것을 뒤로하고 오로지 목표로 정해놓은 정맥 산행에 열중하기로 한다.


매달 넷째 주 명문 산으로클럽 산악회를 따라 진행중인 낙남정맥의 이번 달 제 5구간은 경남 고성군에 위치한 부련이재에서 배치고개까지 약 23Km 거리에 약 8시간 정도 소요된다고 한다. 부련이재에서 남동진을 하다가 낙남정맥 중에서도 최남단에 위치한 대곡산을 기점으로 다시 U 턴하여 북동진으로 올라오는 구간이다.


차도가 있는 고개와 재를 아홉 번이나 건너며, 500고지 전후의 나지막한 산들을 수 없이 빨래판처럼 오르내리기를 반복하여 조금 지루하게 느껴지는 구간이고, 등산로가 잘 개발되어 있지 않아 발에 걸리고 머리에 부딪치는 것이 많은 속된 말로 조금 지저분한 산길이라고 한다.


일요일 아침 5시에 집 근처 두호동 동사무소 앞에서 출발하기로 되어 있어, 새벽 3시 50분에 알람을 맞추어 두고 일어나 먼저 일어난 마눌이 준비해놓은 도시락과, 며칠 전부터 얼려놓은 얼음물로 단단히 배낭을 챙기고, 간단하게 아침을 먹은 후 병원 치료를 위해 며칠 포항에 나와계신 어머님의 전송을 받으며 집을 나선다.


두호동에서 3명이 탑승한 버스는 정각 5시에 출발하여 창포사거리, 우현사거리, 용흥현대아파트, 양학육교를 경유하며 대원들을 태우고, 남구 종합운동장에 도착하여 잠시 기다렸다가 5시 30분에 출발하여 이동사거리에서 마지막 대원들을 태우고 고속도로에 올라서니, 오늘 산행에 참여한 대원이 아쉽게도 겨우 19명이라고 한다.


산에 가는 날은 대부분 그렇지만 설치다가 일찍 깬 잠을 보충하며 고속도로를 달리는 도중에 휴게소에 두 번 들린 후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에 산악회에서 준비한 김밥으로 차 안에서 아침을 먹으니, 예상보다 빠른 아침 8시 13분경에 산행 들머리인 경남 고성군에 위치한 부련이재에 도착한다.


지난 달에 하산하여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잠시 머물던 부련에재에 내려서 각자 산행 준비를 하고 단체로 기념 사진을 찍은 후 서둘러 우르르 산길로 접어든다. 하지만 같이 다니는 일행 중에 허벅지 근육을 다친 대원이 있어, 오늘은 후미에서 함께 걷는 팀산행을 하기로 하고 느긋하게 대열 속으로 들어선다.


잠시 가파른 오르막 길 올라서니, 초록 널브러진 소나무 숲 속으로 내리막 길 이어지고 시멘트 임도가 가로 지르는 문고개를 건넌다. 백운산을 향하여 올라가는 정상 부근에서 앞쪽에 대원들이 모여 있어 다가가니 커다란 산삼을 캔 대원이 있다. 그간 사진으로만 보아오던 산삼을 실제로 산에서 보니, 뿌리와 대궁이의 크기가 실하고 붉어지기 전인 파란 열매가 많이 달려 있는 것이 대단한 산삼인 듯하다. 산꾼들이 많이 다니는 낙남정맥 등산로에 이런 커다란 산삼이 숨어 있었다는 것이 실로 놀라운 일이다. 옛날부터 범과 산삼은 처음 보는 사람도 알 수 있고 산삼은 임자가 정해져 있다고 하던 말이 실감나게 한다.


이어 앞서 가던 산님들이 모여 쉬고 있는 백운산(391m) 정상에서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잠시 쉬어간다. 찔레꽃 하얗게 피어 있는 길 산딸기 꽃잎 떨어져 알 들기 시작하고, 봉삼이라고 하는 백선 꽃도 여기 저기 피어 있다. 덜꿩나무꽃, 개옻나무꽃, 오늘은 개옻나무가 많아 산행길 내내 찜찜하게 얼굴을 스치고 지나간다. 손으로 잘못 꺾다가 보면 그 손으로 얼굴을 만지게 되어 얼굴이나 몸에 옻이 오르는 수가 있으므로 가급적 피하면서 걷는 것이 상책인 듯하다.


뒤에 따라 오던 우리팀 일행이 컨디션 난조로 탈출을 할지도 모른다면서 운전기사 전화번호를 찍어달라는 전화가 왔다며 앞서가던 총무님이 문자를 넣고 있다. 사태가 조금 심각한 것이 뒤에 처지면 그냥 포기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여기서 기다리자고 했더니, 일단 자동차가 올라 올 수 있는 배곡고개까지 가서 기다렸다가 상태를 보아가며 웬만하면 같이 완주하기로 한다.

 

속으로 난 깔끔한 임도를 건너고 산봉우리 치고 올라간 삼거리에서 앞에 가던 팀들이 모두 우측에 리본이 달린 좋은 길로 우르르 달려가고, 좌측에 있는 희미한 길이 조금 이상하게 보여 알파인님의 트랙을 확인하니, 앞에 팀이 잘못 간 것 같아 빽빽 하면서 소리질러 불러 올린다. 다시 돌아 올라오는 동안 느긋하게 뒤에 따라 가던 우리가 졸지에 선두가 된다.

 

다시 임도에 내려서고 산봉우리(320m) 내려서는 길 엉겅퀴 꽃이 곱게 피어 있어 잠시 접사를 해본다. 옛날부터 타박상이나 골절상에 부기를 빼는 어혈제로 많이 쓰이던 엉겅퀴는 혈액을 맑게 한다고 한다. 얼마 전에 TV 에서 엉겅퀴로 간경변을 완치했다고 하는 프로그램을 본적 있으니, 엉겅퀴는 만병통치 약이고 천연 정력제라고도 한다.

 

부드러운 초록 오솔길 따라 배곡고개로 내려 서는 길가에 여기 저기 죽순이 쇠말뚝처럼 솟아 있다. 작은 것은 나물을 해먹어도 된다는 죽순을 처음 보니 신기하게 느껴진다. 좌측에 평온한 느낌이 드는 아담한 저수지에는 오늘도 꿈을 낚는 태공들 모습이 보이고 우후죽순 이라고 하더니, 길가에 여기저기 솟아오르는 죽순이 멀지 않아 이 곳 일대가 무성한 왕대나무 숲으로 변할 것 같은 조짐이 보인다.

 

하얀 클로버 피어 있는 배곡고개 언덕을 내려서는 대원들의 발걸음이 가벼워 보인다. 모두 배곡고개 도로를 건너서 잠시 그늘에 모여 쉬고 있는데, 선두팀 4명이 조금 전 정상의 삼거리 갈림길에서 직진하여 아직 알바를 하고 있다고 한다. 알바를 하고 있는 4명을 제외한 15명의 대원들이 모두 모여 간식을 나누어 먹으며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천황산으로 오르기 시작한다.

 

조금 전까지 컨디션 난조로 탈출의 기미가보이던 일행들도 이제 회복이 된 듯 모두 표정이 밝아 보인다. 천황산에서 바라본 고성군 상리면 쪽 풍경 오랜만에 트인 조망이 시원하게 느껴진다. 천황산 정상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잠시 호흡을 가다듬은 후 걸음을 재촉한다.


천황산에서 우측으로 트인 고성군 상리면 쪽 풍경 바라보고, 초록 흩어진 길을 따라 좌측에 추계리 마을이 있는 추계재(가리고개)를 향하여 내려선다. 도로가 시원스럽게 나있는 가리고개(추계재)에 내려선 걸음은 따끈따끈한 아스팔트 도로를 건너고, 갈림길에서 잠시 우측 도로를 따라 올라 가다가 등산로에 접어들어 가파른 오르막 길이 이어진다.

 

발에 걸리고, 머리에 부딪치고 얼굴을 할퀴는 초록 가지가 널브러진 길 올라 오르락 내리락 길게 늘어진 능선에 철망 울타리를 한 무덤가에는 어혈에 좋다는 엉겅퀴가 개락으로 피어있다. 길가에도 여기저기 엉겅퀴가 무리로 자라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일행들이 모여 쉬고 있는 산정에 올라서니, 낙남정맥의 최남단에 위치한 대곡산(544.9m)임을 알리는 비닐코팅을 한 표지판이 달려 있다. 팀산행을 위해 후미에 모여서 어울렁더울렁 같이 걸으니, 너무 자주 먹으며 쉬는 것 같아 먹고 쉬는 타임이 평소 산행 패턴과 달라서인지 조금은 지루한 느낌이 든다.


대곡산 비탈길 내려서니, 시멘트 포장된 임도를 만나 끝물 아카시아 피어 있는 임도를 따라 잠시 걷다가 우측 오르막 길 치고 오르니, 시원한 측백나무 숲 속으로 이어지고, 측백나무 그늘 시원한 무명 산정에서 잠시 쉬어간다. 이름이 알쏭달쏭한 하얀 꽃 사진에 담아보고, 가야 할 산봉우리들 바라보며 임도가 있는 '화리치'에 내려서니, 천왕산 산행을 온 여러 산님들을 만난다.

 

화리치 건너 측백나무 숲에서 잠시 쉬고 난 걸음은 임도를 따라 걷는 길에서 엉겅퀴를 채취하는 아줌마를 만났는데, 엉겅퀴 잎과 꽃을 따다가 말려서 차를 끓여 먹는다고 한다. 나무 사이로 조망이 트인 천왕봉(무량산) 삼거리 에서 정맥길에서 벗어나 있는 천왕봉까지 갔다가 돌아오기로 하고, 천왕봉으로 향하는 길은 좌우로 조망에 트여 시원한 느낌이 든다.

 

천왕산(581.4m)경상남도 고성군에 있는 산이다. 우리나라 지리산에서 동쪽으로 이어지는 낙남정맥의 줄기에 있는 산으로 경남 고성군 대가면 양화리와 갈천리 경계를 이루는 산이다. 무량산이라고도 부른다. 주봉에서 동쪽으로 능선이 이어져 봉화산을 만나고 대가저수지가 있는 곳에서 끝난다.

 

천왕산 정상에 도착하여 기념사진 찍어주고, 찍혀보고 네 사람이 사진사를 바꾸어가며 기념사진을 찍는다. 천왕산에서 바라본 가야 할 578봉우리와 큰재, 건너 백운산과 성지산까지 조망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무량산(천왕산) 삼거리에 돌아 나와 경남 고성군 대가면이 바라보이는 시원한 전망바위에서 간식을 먹으며 쉬어간다.

 

양화저수지와 그 넘어 대가저수지 풍경은 능선을 따라 걸음을 옮길 수록 점점 가까워지고, 멀리 남해에 떠 있는 작은 섬들까지 아련하게 펼쳐진다. 시원한 조망을 바라보며 전망바위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가 이어지는 오르락 내리락 능선 길, 우측으로 트인 전망 바위마다 걸음 멈추고 정겨운 풍경을 담아본다.

 

천왕봉(무량산)에서 큰재로 가는 도중 전망바위마다 고성군 대가면 쪽으로 시원하게 트인 풍경을 바라보며, 별 생각 없이 좋은 길을 따라간 걸음이 좌측 큰재로 내려가는 갈림길을 놓치고 그냥 봉화산 쪽으로 혼자 달려 내려가는 알바를 하게 된다. 사진을 찍으면서 아무리 빨리 걸어도 보여야 할 앞선 일행이 보이지 않아 더욱 속도를 내면서 따라 가다 보니, 앞쪽이 훤하게 트이면서 마루금이 끊어지는 길이라 아니다 싶어 걸음 멈추니, 이미 돌아 올라갈 길은 가마득하다.


서둘러 발걸음 돌려 내려온 길 다시 허겁지겁 달려 올라가니, 리본이 여러 개 달린 큰재로 내려가는 길이 보인다. 졸지에 맨 후미가 되어 민폐를 끼칠 것 같아 큰재를 향해 달려 내려가는 길에 앞에 걸어가는 두 사람을 만나고 추월한다. 산허리 돌아가는 임도를 만나 혹시나 싶어 좌우로 둘러보고 임도를 건너 어지럽게 걸그치는 산길을 따라 잠시 달려 내려오니, 다시 시멘트 포장된 임도를 만나고 이어 큰재를 건너는 도로에서 산행대장님과 몇 사람을 만난다.

 

큰재를 건너 백운산 쪽으로 올라가는 오르막 길에서 앞서 가던 일행을 발견하고 따라 가는데, 갑자기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하면서 머리가 띵 해지더니, 바로 오바이트를 하기 시작한다. 오늘 아침부터 천천히 걸으면서 이것 저것 산에서 먹은 것이 많기도 하다. 무려 다섯 번을 통해 뱃속에 든 모든 것을 다 토하고 나니, 갑자기 사지에 힘이 쭉 빠지는 것이 도저히 발걸음을 옮길 수가 없다. 아직 6Km 이상 남은 산길을 흐느적거리는 다리로 걸을 생각을 하니 눈 앞이 캄캄한 것이 그냥 탈출을 하고 싶은 마음만 자꾸 든다.

 

흐느적거리는 걸음으로 세월아 내월아 어렵게 백운산에 올라서 돌아보니, 조금 전에 알바를 한 능선이 눈앞에 훤하게 보인다. 백운산 정상에 있는 무덤가 그늘에 벌렁 드러누워 혼미해진 정신을 잠시 가다듬고, 장전고개(장밭고개)를 향하여 내려서는 길은 다리가 후들거리기 시작한다. 

 

하얀 찔레꽃이 만발해 있는 언덕길에서 오랜만에 다시 카메라를 뽑아 들고 옛날 배고픈 시절의 상징인 하얀 찔레꽃 향기를 가다듬어 본다. 백운산 내려서면서 바라본 장전고개 건너 성지산 모습이 오늘 따라 왜 저리도 높아만 보이는지 쳐다보니 하얀 한숨이 절로 나온다.

 

찔레꽃 향기보다 더 찐한 우측 제일목장에서 흘러 나오는 쾌쾌한 돼지 냄새가 얼마나 지독한지 불편한 속이 뒤틀리면서 구역질이 올라온다. 지독한 돼지 냄새를 맡으며 장전고개에 내려서고 서둘러 장전고개 2차선 도로를 건너, 조금 지루하게 이어지는 오르막길 헉헉대며 바둥바둥 올라서니, 주렁주렁 달린 리본들 중에 성지산이라고 적은 리본을 발견한다.

 

꼴찌에서 네 번째로 성지산 정상에 올라서니 성지산 정상에서 후미를 기다리고 있는 산행대장님들을 만난다. 잠시 옆에 앉아 가쁜 숨 가다듬고 아직 뒤에 세 사람이 더 남아 있어 통화를 하고 기다리는 동안 먼저 걸음을 옮긴다. 오르락 내리락 이어지는 길은 작은 봉우리 올라서면, 다시 내려가라며 힘 빠짐 다리를 끝까지 괴롭힌다.

 

평온한 느낌이 드는 널찍한 떡고개에 내려서니, 앞쪽에 마지막 봉우리 덕산(278m)이 떡 하니 버티고 있는데, 평소에 다니던 어느 태산 보다 오늘은 벅차게 높아만 보인다. 한땀한땀 어렵게 옮긴 걸음은 천신만고 끝에 덕산을 넘어 오늘의 종점 배치고개에 내려서니, 좌우를 살펴보아도 버스가 보이지 않아 일행에게 전화를 했더니, 좌측 개천면 쪽으로 내려오라고 하여 잠시 도로를 따라 내려오니, 반가운 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고맙게도 버스 기사 아저씨가 실어다 놓은 물로 등목을 하고 머리 감고 발 씻으니, 훨훨 날아 갈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잠시 후에 모든 대원들이 무사히 하산을 완료하고 버스를 이동하여, 기사님이 미리 예약을 한 식당에 들러 한우전골찌개로 맛 있는 하산주 겸 저녁 식사를 하는데, 나는 속이 모두 비어 있는 상태라서 조심조심 저녁을 먹으며 맥주를 아껴 마신다.

 

푸짐하게 즐거운 하산주를 마치고 휴게소에 여러 번 들려가면서, 밤 10시가 조금 지난 시간에 포항에 도착한다. 아침에 역순으로 포항 시내를 돌면서 회원들을 내리고 두호동 종점에 도착하여,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세공지님과 함께 걸어오면서, 포항의 명문 산으로클럽 산악회와 함께한 낙남정맥 5구간 산행길을 갈무리 해본다.

(2016.05.22 호젓한오솔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