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남정맥수필

산으로클럽 낙남정맥 4구간 (진주분기점~ 돌장고개~ 부련이재)

호젓한오솔길 2017. 7. 21. 20:11

 

 

산으로클럽 낙남정맥 4구간 (진주분기점~ 돌장고개~ 부련이재)


                                                                       솔길 남현태


국내외 정세가 시끄러운 격랑 속의 잔인한 4월도 어느덧 마지막 주말을 맞이한다. 20대 국회를 여소야대 3당 체제로 만들어 놓은 4.13총선에 이어, 이웃 나라 일본과 남미의 에콰도르에서 대 지진으로 자연 재해에 의한 참사가 발생하고, 북한에서는 국제사회의 제재를 무시한 김정은이 연이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실험으로 진펄의 청개구리처럼 날뛰고 있지만, 누구 하나 따끔한 맛을 보여주기 위해 나서는 사람은 없고 모두 입만 나불대고 있으니 기고만장하기가 이를 데 없다.


주 중에 봄의 마지막 절기인 '곡우'를 넘긴 날씨가 일교차가 심하여, 한낮 기온이 20도를 웃돌아 더위를 느끼게 하니, 겨울에 밀리던 봄은 있는 듯 없는 듯 구렁이 담 넘어 가듯 슬그머니 지나가고, 어느덧 짙은 라일락 향기 속에 여름 문턱으로 다가서는 4월 마지막 주말은 일요일에 포항의 명문 산으로 클럽 산악회를 따라 낙남정맥 산행을 가는 날이다.


이번 주에 산행을 하게 될 낙남정맥 4구간은 지난 달에 이어 경남 진주시 진주분기점에서 출발하여, 경남 고성군의 부련이재까지의 약 27Km 거리로서, 지난 3구간에 비해 고도 차이는 약간 높아 보이지만, 작은 산봉우리들 사이를 오르내리며 고개 마다 차도를 여러 번 건너야 하고, 마루금을 개간하여 조성된 과수원과 농장을 자주 통과해야 하는 구간이라, 일손 바쁜 농부들과 농장을 지키는 사나운 개들의 눈치를 살펴가며 걸어야 할 것 같다.


새벽 5시에 두호동 동사무소 앞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타기 위해 휴대폰 알람을 3시 50분에 맞추어두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는데, 부엌에서 들리는 마눌의 밥하는 소리에 3시경에 잠을 깨어 일찌감치 일어나 느긋하게 준비를 한다. 아침으로 김밥을 준다고 하여, 집에서 간단하게 아침을 먹은 후 출발 장소로 나가니, 도로 건너편에 낯선 버스가 한 대 정차해 있어 혹시나 하고 자세히 보니 산으로클럽 자막이 보인다. 도로를 건너가니 오늘 처음 온 낯선 기사가 반대편에 차를 대고 혼자 기다리고 있다.


5시 정각에 출발한 버스는 처음 온 기사 아저씨가 길을 잘 몰라서 대원들이 안내하여 창포 사거리, 우현 사거리, 용흥 현대아파트, 양학 육교를 경유하며 대원들을 태우고, 오늘이 포항 해변마라톤이 열리는 날이라 출입이 통제된 종합운동장 맞은편에서 기다리는 대원들을 태운 후 마지막 이동 사거리를 경유하여 고속도로를 달린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중국산 황사가 심하다고 하여 조금은 찜찜한 산행길, 고속도로를 달리는 도중에 청통 휴게소와 함안 휴게소를 들린 버스는 아침 8시 10분경에 목적지 진주분기점에 도착하여, 각자 산행 준비를 하고 고속도로 아래 지하 통로를 건너 지난 번에 하산 지점까지 가서 발걸음을 이은 다음 다시 고속도로 아래 굴다리를 건너 돌아 나온다.

 

조금 전에 건너던 국도 3호선 신호등 건널목을 건너 원점 회귀하여, 연이은 고속도로 횡단 지하 통로를 건너니, 건너온 도로를 우회하고, 다시 같은 고속도로 아래로 마지막 지하 통로를 통과한다. 지하 통로를 여러 번 건너고 마을 뒤로 난 시멘트 농로를 따라 오르다가 정겨운 밭둑 길에 이어 잠시 밋밋한 언덕길 걸어 오르니 화봉산(110m)임을 알리는 작은 팻말이 걸린 나지막한 봉우리에 올라선다.

 

수목 우거진 화봉산 정상에서 단체로 기념사진을 찍고, 잠시 숲길 내려선 걸음은 2차선 도로가 가로 지르는 모산재를 건넌다. 모산재 건너 올라선 매실 농장에는 파란 새알 같은 매실이 조롱조롱 달려있다. 불과 4주 전에 3구간 산행에서 화사한 매화꽃 밭을 걸었는데, 벌써 파란 매실이 탐스럽게 달려 곧 수확을 기다리고 있다. 무엇이 그리도 급한지 계절은 쳇바퀴를 바쁘게 돌리며, 속절없이 흐르는 세월의 야속함에 아쉬운 마음이 들게 한다.


이어지는 여유로운 농장 길, 농기구를 손질하고 있는 아저씨에게 죄송합니다. 하고 매실 밭 사이 길을 지나간다. 자동차들이 시원스럽게 달리는 4차선 도로가 앞을 막은 고개에 내려서고 도로 아래 지하 통로를 통과하여 화사한 봄 햇살 아래 시멘트 농장 길 걷는 발걸음들 정겹다. 마루금은 밭으로 변해 있어 꼬불꼬불 밭둑 길을 찾아 걷는 걸음은 GPS가 없으면 정확한 산행 거리를 알 수가 없을 것 같다.

 

아무런 표시가 없는 나지막한 와룡산(94m)은 모르고 그냥 지나버린 듯하고, 다시 이어지는 시멘트 농로를 따라 감나무 농장 옆으로 지나는데, 새로 돋아난 연둣빛 감나무 잎이 봄 햇살을 받아 꽃처럼 반짝인다. 멋진 트레킹 코스 같은 연초록 언덕길 오르는 발걸음 가볍고, 돌아 보는 풍경 모두 즐거운 표정들이다.

 

농로 따라 고개를 오르내리는 길, 좌측으로 보이는 것이 진주시 개양역 역사라고 한다. 이어지는 시멘트 농로 따라 걷는 걸음은 옅은 황사가 있는 봄 햇살이 약간 따갑게 느껴지더니, 산도 아닌 들판 언덕에 산불감시 초소가 있는 곳을 지나 잘 자라고 있는 감자 밭둑 길을 마루금 찾아 걸으니 왠지 미안한 생각이 든다.

 

새로 조성된 시멘트 농로를 따라 이미 밭으로 변해버린 정맥 마루금을 찾아가며 걷는 길 모란(목단꽃)이 벌써 피어 바람에 흔들린다. 돌아 본 발걸음들 여유롭게 늘어지고 앞서 가는 발걸음 가벼운데, 길가에 흐드러진 염주괴불주머니 노란 꽃이 햇살에 반짝이니 잠시잠시 걸음을 멈추고 바람을 피해 접사를 해본다.

 

돌아본 발걸음은 마치 소풍을 나온 듯 느긋해 보이지만, 셔터 몇 번 누르고 나면 선두는 저만치 멀어져 가니 서둘러 따라 간다. '낙남 새말원'이란 장승이 세워진 집 앞에서 산행대장님과 산이좋아님 기념 사진을 찍고 2차선 도로가 시원스러운 작은 고개에 내려선다.

 

정촌면을 알리는 2차선 도로 고개를 건너고 다시 감나무 농장 사이 길을 따라 걷는 발걸음은 바람에 하늘거리는 노란 유채꽃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몇 장 담아본다. 하얀 민들레 홀씨 잠시 사진을 찍는 동안 대원들이 지나가고, 초록 농장 사이로 이어지는 대원들의 행렬이 마치 소풍을 나온 아이들처럼 힘이 넘친다.

 

농장 사이 길을 가로 질러 초록 언덕배기로 오르는 길, 푸르러 오르는 시골의 봄 내음이 여유롭다. 그늘 시원한 소나무 숲에서 후미가 모두 올 때까지 잠시 쉬어가기로 한다. 이어지는 소나무 숲길 노란 송홧가루가 많이 날리기 시작한다. 올해 처음 만난 다소곳한 각시 꽃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가며, 건너편 나무 계단이 있는 계리재를 건넌다.

 

계리재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가 계단길 오르면서 돌아본 계리재를 건너는 대원들의 활기찬 모습과 각시붓꽃 사진을 담으면서 걸음을 재촉한다. 잠시 숲길 걷다가 다시 2차선 도로에 내려서고 이어지는 등산로는 임도를 만났다 헤어지고 하더니 다시 시원한 초록 속으로 들어가고, 산소 가에 흐드러진 조개나물 꽃에 걸음을 멈춘다.

 

이어지는 소나무 숲길 초록과 소나무 어우러진 길, 오늘 황사가 조금 있다고 하더니 황사 보다 송홧가루가 심하게 날리어 검은 등산복을 노랗게 물들인다. 오늘 이곳의 기온이 영상 23도까지 오른다고 하더니 바람기가 없는 곳에서는 더위를 느끼게 한다.

 

시원한 소나무 그늘에서 선두 팀 후미와 거리를 조정하며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여기서부터 꽃 사진도 찍을 겸 혼자 한 발 앞서 걸어가기로 한다. 빼곡한 소나무 숲 속에 초록이 돋아나는 호젓한 오솔길, 가끔 피어 있는 각시붓꽃 담아가며 봉전고개 2차선 도로를 건넌다.

 

이어지는 오르락 내리락 소나무 숲에 숨어 있는 꽃들을 찾아 카메라에 담아가며 걷는 길, 처음으로 GPS 신호음이 울리더니 무선산 삼거리에 도착하여, 우측 100미터 거리에 있는 무선산으로 향한다. 수목 우거진 무선산(277.5m) 정상에는 스테인리스 표지판만 설치되어 있다. 사진 몇 장 찍고 무선산 삼거리에 돌아 나오니, 선두 팀 대원들이 올라오고 잠시 기다리다가 앞서 걷는다.

조개나물 꽃이 곱게 피어 있는 시원한 산소 가에서 선두 팀 둘러앉아 점심을 먹으며 쉬어가기로 한다. 이어지는 소나무 숲 길을 달려 대전 통영간 고속도로가 지나 가는 '돌장고개'에 내려서고 돌장고개 길가에 핀 애기똥풀 사진을 담으면서 대원들을 기다린다. 고속도로 우측으로 1002번 도로를 따라 내려가서 대전 통영간 고속도로 지하 터널을 건너 시멘트 도로를 따라 마루금까지 돌아 올라가서, 돌장고개 마루금의 시원한 그늘에서 선두 팀 잠시 쉬어가기로 한다.

 

건너 편에 후미대원들이 내려오는 것을 확인하고 나무계단 길을 따라 잠시 오르막길 오르니, 돌장고개 봉우리 넘어 건설 골재를 채취하는 채석장 전경이 보인다. 우리 인간들이 산의 속살을 갉아먹는 안쓰러운 현장을 뒤로하니, 채석장 옆으로 사천읍 금곡리 풍경이 정겹게 펼쳐진다.

 

밤나무 농장 길 내려서서 나지막한 고개를 건너니, 좌측으로 전주시 금곡면 두문리 풍경이 정겹게 펼쳐진다. 이어지는 밤나무 농장 오르막 길에서 가쁜 숨을 토하고 숲 속으로 들어서니 길가에 비비추나물 군락지를 지난다. 연초록 방초 우거지는 능선을 지나 다시 감나무 농장 길을 지나고, 이어지는 숲 길은 임도 삼거리를 만난다. 이 곳에서 혼자 리본을 찾아 잠시 우왕좌왕 하다가 좌측으로 접어드니, 작은 골짜기가 나오기에 아니다 싶어 다시 돌아 나와 뒤 따라 온 알파인님과 같이 우측 임도 가에 걸린 리본을 찾아 임도를 따라 걷는다.

 

잠시 임도를 따라 올라가던 길은 소나무 숲 호젓한 등산로에 들어서서 작은 봉우리 올라서니, 오늘의 목적지 부련이재가 6.87Km 남았음을 알리는 이정표를 만나고, 리본이 주렁주렁 달린 봉우리 그냥 지나다가 궁금하여 돌아와 보니, 이 곳이 '귀룡산'임을 알리는 리본이 달려있다.


알파인님과 잠시 같이 걷다가 잠시 쉬는 동안 슬슬 앞서 가기로 한다. 각시붓꽃 사진에 담아보고, 이어지는 초록 마루금은 잠시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눈 앞에 산봉우리가 하나 나타나고, 좌측 전방 나무 사이로 멀리 보이는 봉우리가 오늘의 최고봉인 봉대산인 듯하다.

 

잠시 가파른 길 치고 오르니 능선이 가지를 뻗은 이 곳이 지도상으로 '객숙치' 인듯하다. 좌측으로 잠시 내려갔다가 앞을 막은 산봉우리를 만나고 가파른 나무계단 길 한발한발 밟아 오르니, 좌측으로 오색리본 주렁주렁 달린 오늘의 최고봉이라고 하기에는 조금은 그런 봉대산(409m) 정상에 도착한다.

 

낙남정맥 봉대산을 알리는 정상석을 사진에 담아보고, 헬기장인 듯한 정상에서 물 한 모금 마시고 배낭에 핸드폰 충전을 위해 GPS를 확인하니 벌써 25.7Km나 걸었다. 아무도 따라 오는 기척이 들리지 않아 그냥 슬슬 걸어가기로 한다. 길가에 '홀아비꽃대'가 예쁘게 피어 있어 잠시 걸음 멈추고 접사를 몇 장 해본다. 경남 진주시와 사천시에서 고성군으로 넘어오는 경계 지점에 설치된 낙남정맥 등산 안내판을 지난다.

 

GPS 신호음이 울리는 이 곳이 '양전산'인 듯 한데, 오늘 남은 산행이 약 1Km 정도 남은 것 같아 알파인님과 등산화를 벗어놓고 느긋하게 낙엽 위에 퍼질고 앉아 과일을 먹으면서 대원들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같이 하산하기로 한다. 따라 온 선두팀 대원들과 양전산을 지나서 잠시 걸어 온 GPS 신호와 다른 봉우리에 양전산(311m)이라는 안내판이 붙어 있다.

 

수목 우거지고 넘어진 어수선한 오늘의 마지막 봉우리 양전산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이어 올라오는 대원들 기념사진을 찍으면서 잠시 머물던 양전산을 뒤로하고 부련이재로 향한다. 발 아래 부련이재에 우리 버스가 보이는 묘지 옆에서 선두팀 기념 사진을 찍어보고 경남 사천시와 고성군을 넘나드는 부련이재에 내려서서 기념사진을 찍어주고, 카스님 덕분에 나도 한 장 찍혀본다.

 

아침 8시 10분경에 경남 진주시 진주 분기점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오후 4시 30분이 조금 지난 시간에 경남 고성군 부련이재에서 기다리는 버스에 도착하면서 8시간 28분간의 느긋한 산행길은 종료된다. 버스 안의 예비 배낭에서 준비 해온 식수를 꺼내 간단하게 머리를 감고 발을 씻은 후 근처 숲 속으로 들어가 마른 옷으로 갈아 입으니 몸이 한결 홀가분하게 느껴진다. 길 가에 둘러 앉아 후미 대원들이 모두 내려 올 때까지 시원한 맥주를 나누어 마시면서 느긋하게 기다린다. 


잠시 후 대원들이 모두 무사히 하산을 완료하고 버스로 이동하여, 지난 번에 돼지국밥으로 하산 주를 하던 진주시에 있는 식당에 다시 들려, 오늘은 된장찌개로 저녁을 먹으면서, 삼겹살을 구워 느긋하게 하산 주를 나누고, 오는 도중에 현풍휴게소에 잠시 들렸다가 대체로 이른 시간인 저녁 9시가 조금 지나서 포항에 도착하게 된다.


아침에 역순으로 시내를 경유하며 대원들을 내리고 종점인 두호동 동사무소 앞에 도착하니, 버스에 내 혼자 남아있어 괜시리 미안한 마음으로 오늘 수고하셨습니다. 하고 종종 걸음으로 집으로 달려오니 잠시 후에 10시 주말드라마가 시작된다. 송홧가루 날리는 저무는 봄날, 오늘 산행을 위해 수고해주신 산행대장님과 산악회 임원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면서 명문 산으로클럽과 함께한 낙남정맥 4구간 산행 길을 성공리에 갈무리해본다.

(2016.04.24 호젓한오솔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