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남정맥수필

산으로클럽 낙남정맥 6구간 (배치고개~ 발산재~ 오곡재)

호젓한오솔길 2017. 7. 21. 20:14

 

 

산으로클럽 낙남정맥 6구간 (배치고개~ 발산재~ 오곡재)



                                                               솔길 남현태



금요일이 일년 중에 가장 덥다는 '대서'이고 다음 주 수요일이 '중복'이니, 여름의 한가운데로 들어선 날씨가 연일 전국에 폭염 주의보가 내려지고 있다. 더욱이 올해는 이상 기온인 열돔 현상으로 전세계가 더위에 허덕이고 있다고 하지만, 다행이 포항 지방은 그 동안 가끔 동풍이 불어 시원하게 느껴지고, 바닷물이 차가워 해수욕을 할 수가 없을 정도라고 하니 아직까지는 덥다는 소리가 실감이 나지 않는듯하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7월 넷째 주 일요일에는 산으로클럽 산악회를 따라 진행 중인 낙남정맥 산행을 가기로 되었는데, 이번에 산행 하게 될 낙남정맥 6구간은 경남 고성군에 위치한 배치고개에서 함안군의 오곡재까지 산행거리는 약 26Km 정도 되지만, 더운 날씨에 산행하기 까다로운 나지막한 산들로 이루어진 빨래판처럼 수 없이 오르내리는 코스라서 무엇보다 무더위가 걱정이 된다.


요즘 같이 더운 여름철에는 가급적 무박으로 가서 새벽부터 산행을 시작하여 햇살이 달아오르기 전에 일찌감치 산행을 끝내고 시원하게 알탕이나 하고 오는 것이 건강에 좋은 산행이긴 하지만, 어둠 속에서 걷는 무박 산행은 주위 경관을 볼 수 없는 아쉬움과 무엇보다 교대 근무를 하는 대원들이 참여하기 어렵다고 한다.


아침 5시에 집 근처 두호동 동사무소 앞에서 출발하기로 되어 있어, 새벽 3시 40분에 알람을 맞추어 두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마눌이 먼저 일어나 도시락을 싸놓고 깨워서 일어난다. 산악회 카페의 산행 안내에 산행 중에 물을 보충 할 수 있다고 하여, 중간 발산재에 버스 대기를 예상하고, 얼린 물 주머니 대신 냉동실에 꽁꽁 얼린 물병 7개를 2개로 나누어 포장을 한 후 배낭을 꾸리고 집을 나선다.


두호동에서 4명이 탑승한 버스는 정각 5시에 출발하여 창포사거리, 우현사거리, 용흥현대아파트, 양학육교를 경유하며 대원들을 태우고, 남구 종합운동장에 들렸다가 5시 25분에 출발하여 이동사거리에서 마지막 대원들을 태우고 고속도로에 올라서니, 오늘 산행에 참여한 대원이 22명이라고 한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도중에 휴게소에 한 번 들리고, 고속 도로를 내려서 배치고개로 향하는 꾸불꾸불한 시골 길에서 속이 울렁거리며 이마에 식은땀이 흐르는 멀미의 전조현상이 또 일어난다. 아침 8시가 조금 지난 시간에 지난 번에 알바를 하고 오버페이스로 어렵게 하산했던 배치고개에 도착하니, 이 곳이 낙남정맥 250Km의 중간 지점임을 알리는 길라자비님의 안내판이 걸려있다.


모두 산행 준비를 마친 후 길가에 늘어 서서 버스 기사님의 도움으로 기념사진을 찍은 후 칡넝쿨 우거진 어설픈 들머리 앞에 서성이다가 산속으로 들어서니, 우거진 숲 길은 그런대로 걸을 만 해 보인다. 이어지던 숲 길은 잠시 밤나무 농장 길을 지나 작은 봉우리 몇 개 오르내리더니, 시멘트 포장된 좁은 길이 가로 놓인 신고개를 건너고, 잠시 가파르게 이어지는 오르막 길은 탕근재(369m)를 알리는 준.희님 팻말이 걸린 봉우리에 올라선다.


탕근재에서 잠시 내려서던 걸음은 다시 가파른 길 오르더니 산님들 리본 주렁주렁 달린 오막한 숲 속 봉광산에 올라선다. 봉광산에서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기념 사진을 찍은 후 후미 대원들이 따라 오기를 기다리며 잠시 머물던 걸음은 잠시 내리막 길 지나 이어지는 능선 길을 쭉 달려 나가다 보니, 갑자기 능선이 끊겨지고 사방으로 길이 없다.

 

모두 길을 찾아 이리저리 살피다가 발걸음을 돌려 잠시 돌아 나오다 보니 좌측에 리본에 펄럭이는 갈림길이 있다. 많은 사람이 이 리본들을 왜 못 보았지 하면서, 앞쪽에 길이 끊겼으니 망정이지 길이 계속 이어졌더라면 아마도 큰 알바를 할 뻔 했다는 안도의 한숨을 지으며, 이어지는 내리막 길은 제법 넓은 1차선 시멘트도로가 있는 새티재에 내려선다.

 

새티재를 건너 아침부터 바람기 하나 없이 후덥지근하게 시작하는 날씨에 잠시 오르락 내리락 하던 길은 깊게 패인 옛 고개를 하나 건너면서 가파르게 치고 오르더니, 필두산(418.4m), 필두봉이란 팻말이 여러 개 달린 봉우리에 도착한다. 필두봉은 경상남도 고성군개천면 청광리와 구만면 저연리 경계에 있는 산으로, 산봉우리가 붓처럼 생긴 것에서 유래하였다고 전한다.

 

늘 예상 보다 습기가 많은 무더운 날씨에 산행 초반부터 모두 땀을 얼마나 많이 흘렸는지 등산복이 흠뻑 젖어 엉덩이에 물이 줄줄 흐른다. 얼굴에 땀이 하도 많이 흘러 안경을 끼고 걷기가 불편하여, 이래도 안 보이고 저래도 안 보이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생각으로 안경을 벗어 배낭 속에 넣고 그냥 걸어보기로 한다.

 

필두봉에서 잠시 휴식을 하면서 기다렸지만, 뒤에 오는 독수리 2명이 보이지 않아 잠시 기다릴까 하다가 계속 슬슬 걸어가기로 한다. 필두봉에서 잠시 급한 내리막 길 내려서면, 임도 비슷한 우거진 숲 길이 평온하게 이어진다. 사방에 숲이 우거져 있고, 습한 날씨에 기온이 올라 뿌연 수증기로 조망이 흐려 볼 것이 별로 없으니, 안경을 벗어 눈이 침침해도 별 아쉬움은 없는 듯하다.

 

담티재에 도착하였는데, 담티재는 담장처럼 길게 경계를 이룬 고개라고 해서 '담치', '탕치', '장치'로도 불렀으며, 고성에서 진주로 넘어가는 고개이자 경계로 현재는 1002번 지방도가 지난다따라 오던 독수리팀이 모두 보이지 않아 뒤에 오던 카스님에게 물어보니 바로 뒤에 따라 오더라고 한다. 담티재 길가에 빨간 배롱나무꽃(목백일홍) 사진을 몇 장 찍으면서 잠시 서성이다가 선두팀을 따라 도로를 건넌다.

 

선두팀 용암산 오르는 길에서 과일을 나누어 먹으면서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출발하려고 하는데 독수리팀이 아직 아무도 보이지 않기에 초반에 컨디션 난조를 보이던 일행과 같이 오려는가 보다 하면서 혼자 기다리기도 그렇고 하여, 선두팀에 합류하여 계속 걸음을 이어간다.

 

길가에 비비추꽃 사진 찍으며 힐끔힐끔 뒤를 돌아보면서 가파른 오르막길 올라가는데, 앞에 가던 대원이 뒤에 오던 알파인님이 벌에 쏘였다는 무전을 받았다고 한다. 벌에 쏘였다고 하기에 잠시 걸음을 멈추니, 모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곧 뒤에 따라오겠지 하면서 가자고 하여 가파른 길 고도를 높여간다.

 

겹겹이 층을 이룬 듯 한 멋진 바위를 지나 용암산 정상부에 바위들이 널려있는 봉우리에 도착하여 모두 바위에 앉아 쉬면서 후미를 기다리는데, 발 아래 지나 온 담티재에서 119 경보 음이 들리더니, 알파인님이 벌에 쏘여 119를 불러 병원에 간다는 무전이 온다.

 

선두팀 그 자리에서 대원들을 기다리며 이른 점심을 먹고 가자고 하여 도시락을 펼쳤는데, 후덥지근한 날씨에 땀을 워낙 많이 흘려서인지 밥이 잘 넘어가지 않아 얼음 물에 말아서 억지로 도시락을 비운다. 잠시 후 독수리팀 네 명이 모두 병원에 같이 갔다고 하여 어쩌나 하면서 망설이니, 이미 병원에 갔으니 모두 그대로 진행하는 것이 옳다고 하여 선두팀과 같이 산행을 진행하기로 한다.

 

수풀 우거진 헬기장 봉우리에 도착하니, 깃대봉이란 안내판이 걸려 있어 이상하다는 생각했는데, 바로 옆에 고성 용암산이라는 팻말이 걸려있으니, 지도상으로 봐도 이 곳은 용암산이 맞는 듯하다. 스며드는 따가운 햇살을 받으며 잠시 고도를 낮추는 수풀 우거진 길은 작은 나무에 오색 리본을 주렁주렁 열린 밋밋한 봉우리에 도착하니, 이 곳에도 옥녀봉이란 안내판이 걸려있다.

 

전국의 어느 산길을 가더라도 '옥녀봉'이 없는 곳이 드물 정도로 예전에는 옥녀란 이름을 가진 여인이 참 많았던 모양이다. 몸과 마음이 옥처럼 아름답고 깨끗한 옥녀는 고을 마다 살면서, 뭇 남성들의 선망의 대상이고 스캔들의 주인공이 되어 수많은 전설을 낳게 한 이름인 듯하다. 미인박명 이라 했듯이 고을 마다 불행하게 죽어간 가련한 여인들을 옥녀란 아름다운 이름으로 추모하여 붙인 산 봉우리 이름이 옥녀봉, 선녀봉이 아닐까 싶다.


옥여봉을 뒤로 하고 잠시 가파른 내리막 길 내려선 걸음은 멀리 가야 할 능선 조망이 시원하게 트인 무덤 뒤를 지나 방초 우거진 길 따라 아스팔트 도로 삼거리에 커다란 표지석이 있는 '남성치'에 내려선다. 남성치 표지석과 선동마을 가는 길을 알리는 표지판이 있는 포장도로에 내려서니 뜨거운 열기가 솟아올라 후끈거린다.


낙남정맥 길은 남성치 표지석 앞에서 우측 산길로 접어들고, 우거진 임도를 따라 올라가는 길 햇살이 내리 쪼이니 얼굴이 후끈거리고 머리 끝이 따갑게 느껴진다. 벌밭들 풀국새산(419m) 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이 걸린 봉우리를 지나 잠시 고개를 숙인 정맥 마루금은 고갯길 선동재를 건넌다.


선동재를 건너서 "오솔길님 돌아보세요' 하여 돌아보니, 이렇게 무더운 날씨에도 무서운 여성 대원들은 지칠 줄을 모른다. 추위에는 약해도 더위에는 강하다는 여성 대원은 이정도 더위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땀도 별로 흘리지 않으며 빨리 가자고 걸음을 재촉을 한다. 그래서 혹시 고향이 베트남이냐고 했더니 아니라고 한다.

 

가파른 길 밀고 올라 깃대봉 전 봉우리에 도착하여, 찬 기운이 있는 바위에 앉으니 일어서기 싫은 걸음은 잠시 내려갔다가 오르막길 치고 올라 오늘의 최고봉인 깃대봉(528m)에 도착한다. 돌콩님 덕분에 깃대봉에서 기념사진을 찍어보고, 이어지는 걸음은 시원한 전망 바위에서 걸음을 멈추니, 가야 할 정맥 마루금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지도 상으로는 앞에 보이는 봉우리도 깃대봉(521m)이고, 가운데 머리를 내밀고 있는 봉우리가 준봉산(520m)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바람 시원한 전망 바위에서 사방을 둘러보며 잠시 머물던 걸음을 재촉하고, 전망바위에서 침침한 눈으로 바라본 마산시 봉암리와 양촌리 마을 풍경이 궁금하여 살짝 당겨본다. 

 

깃대봉 삼거리에서 잠시 벗어나 있는 전망바위에 도착하니, 조금 전에 걸어온 깃대봉 너머로 멀리 몇 년 전에 산행을 했던 적석산 능선 모습이 아련하게 펼쳐지고, 적석산 능선 위에 구름다리도 아련하게 보인다. 다시 깃대봉 삼거리로 돌아와 이어지는 발걸음은 준봉산(520m)에 도착한다. 준봉산 위의 여 전사들은 지칠 줄을 모르고, 따가운 햇볕이 스며드는 오솔길을 따라 이어지는 마루금은 조망 바위 마다 기념사진을 찍으면서, 햇볕 내리 쪼이는 길은 발산재를 향하여 급하게 고개를 숙이고, 발걸음은 햇볕 따가운 시멘트 임도를 따라 버스가 기다리고 있는 중간 정착지 발산재 구 도로에 내려선다.


발산재는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 양전리와 경상남도 진주시 이반성면 발산리 경계에 위치한 고갯길이다. 낙남정맥에 있는 발산재는 예부터 경상남도 창원시와 진주시를 오고가는 대통로의 역할을 한 교통로로, 지금은 잘 포장된 국도 2호선이 지나고 있고, 정상에는 휴게소가 자리 잡고 있어 쉼터가 되고 있다. ‘발산재’라는 지명은 전쟁이 일어나면 크게 발대를 막고 승패를 짓는 곳이라는 데서 ‘발산재’라 부르게 되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발산재 도로변에 기다리는 버스에 도착하니 출발 할 때 가지고 갔던 얼음 물 4병은 한 방울도 없이 다 마셔버렸다. 버스에 두고 갔던 얼음물 3병과 빈 병을 하나 더 채워서 시원한 물 4병을 다시 배낭에 챙겨 넣고, 2차전 준비를 마친 후 뒤에 오는 대원들과 같이 가기 위해 시원한 그늘에 앉아 맥주를 마시면서 기다리다 보니, 갈증이 심해서인지 순식간에 맥주를 다섯 컵이나 마셔버린다.

 

국도 2호선 지하로 통과하여 올라야 하는 햇볕 자글자글 한 건너 산봉우리를 바라보니, 시작부터 발걸음이 무거워지며 포기하고 시원한 차 안에서 한숨 푹 자고 싶은 마음만 생긴다. 오늘 산행에 22명이 참여하여, 예상외로 무더운 날씨에 일부 대원들은 발산재에서 산행을 마감하기로 하고, 절반인 11명이 발산재에서 오곡재까지 약 10Km 거리의 후반전 산행 길에 오른다. 

 

국도 2호선을 지하도를 따라 건너고 햇볕 따가운 후반전 산행 들머리에서 기념사진을 찍어보고, 가파른 비탈 길을 따라 올라간다. 묘지 옆을 지나 가파른 숲 속을 오르니, 바람기 하나 없는 무더운 날씨에 숨이 목구멍까지 턱턱 차오르면서 시원한 맥주로 잠시 식었던 몸이 다시 달아오르면서 전신에 비지땀을 줄줄 흘리기 시작한다.

 

가파른 오르막 길이 끝나고 이어지는 오르락 내리락 능선 길은 무더위와의 전쟁인듯하고, 걸어도 걸어도 똑 같은 오르내림 길이 이어져, 우측에 임도가 나타나는 곳에서 잠시 임도를 따라 걷기로 한다. 임도가에 핀 노란 각시원추리에 걸음을 멈추어가며, 그녀들의 여름 초상화 하나씩 남겨본다. 

 

시멘트 길과 비포장 도로가 이어지는 임도를 따라 걷는 걸음이 잠시 여유가 있어 보이고, 길가에 도라지꽃 사진도 담아가며, 칡넝쿨 우거진 수풀길이 계속 이어져 걷기가 불편해지기 시작한다. 마루금과 점점 멀어지던 임도가 거의 끝나가는 지점에서 앞에 가던 대원들을 만나 함께 산비탈을 치고 올라 다시 마루금에 올라선다. 

 

다시 이어지던 정맥길은 가파르게 고도를 높이며 가파른 숨소리 토해내게 하더니, 오늘 두 번째로 높은 봉우리인 오봉산 갈림봉(527m)에 올라서고, 오봉산 갈림봉 이정표 앞에서 단체로 기념사진을 찍어본다. 이어지는 능선 길은 잠시 고개를 숙였다가 다시 바짝 머리를 치켜들고 있는 마지막 봉우리가 앞을 막으니, 여성대원 한 분이 죽을 힘을 다하면 저 봉우리를 올라 갈 수 있겠지 한다.

 

오늘 보니 여자들이 남자들 보다 더 잘 걷는다고 했더니, 여자들은 애기 낳을 때 이미 고통을 격어 봐서 힘이 들어도 참을 수 있다고 한다. 산고의 고통을 생각하면서 산을 오르니, 아무리 힘든 산도 거뜬히 오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는 뜻이다. 마지막 남은 힘을 다 쏟아내며 날이 저물기 시작하는 시간에 오늘의 마지막 봉우리인 524봉에 올라서고, 이제부터 오곡재까지는 내리막 길이다. 서두른 발걸음은 잠시 출렁이는 내리막 길 달려 오늘의 목적지 오곡재에 내려선다. 

 

오곡재의 이정표 사진에 담아보고 비포장 도로인 오곡재 길을 따라 좌측으로 잠시 내려오니 아스팔트 포장도로가 있는 지점에 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저녁 7시가 조금 지난 시간에 버스에 도착하니, 오늘 말벌에 쏘여 고생을 한 알파인님과 응급처치와 병원에 후송하느라 산행을 포기하고 적극적으로 간호를 한 우정 돈독한 독수리팀이 기다리고 있다. 


여름 산행은 다 그렇지만 특히 오늘 산행은 더위와의 전쟁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아침 8시 15분경에 배치고개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찌는 듯한 무더위 속에서 26.5Km 거리에 약 11시간이나 소요된 답답한 산길을 오르내리다가 산속의 날이 저물기 시작하는 저녁 7시가 조금 지난 시간에 오곡재에서 기다리는 버스에 도착하면서 산행길은 종료된다.


배낭을 풀고 모두 웃통을 벗고 차례대로 버스 옆에 엎드리니, 버스 기사님이 싣고 온 아이스박스의 물을 등허리에 부어 시원하게 등목을 시켜준다. 간단하게 시원한 길거리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 입은 후 버스로 이동하여, 오는 도중에 버스기사님이 미리 예약해둔 포항의 산꾼이었던 여 사장님이 운영하는 식당에 들러 얼큰한 김치찌개로 저녁을 먹으며 푸짐하게 하산주를 나눈다.


오늘 땀을 너무 많이 흘려 더위를 먹었는지, 배는 고픈데 냉수만 자꾸 찾게 되고 밥과 술이 영 땡기지를 않아 김치 찌개로 조심조심 저녁을 먹으며 하산주는 맥주 한 잔으로 수저를 놓는다. 포항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뉴스를 들으니, 오늘 대구 지방의 날씨가 36도까지 올라가 올해의 기록을 세웠다고 하며, 그 동안 늘 시원했던 포항의 날씨도 오늘은 예외 없이 34도까지 올라간 전국이 찜통 더위에 허덕인 하루였다고 한다.


밤 11시가 넘은 늦은 시간에 포항에 도착하여 아침에 역순으로 시내를 돌면서 대원들을 내리고, 두호동 종점에 3명이 내려서 자정이 가까워지는 시간에 집으로 걸어오는 길이 동해 바다의 비릿내와 함께 후덥지근하게 느껴진다. 오늘 산행을 위해 힘써주신 산악회 임원진들과 숨이 턱턱 막히는 무더운 산행 길을 리드해주신 산행대장님께 감사한 마음을 전하며, 명문 산으로클럽 산악회와 함께 걸은 낙남정맥 6구간 산행 길을 갈무리해본다.

(2016.07.24 호젓한오솔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