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남정맥수필

산으로클럽 낙남정맥 마지막 10구간 (망천고개~ 신의산~ 고암나루터)

호젓한오솔길 2017. 7. 21. 20:20

 

 

산으로클럽 낙남정맥 마지막 10구간 (망천고개~ 신의산~ 고암나루터)


                                                                     솔길 남현태

 

 

대통령을 뒤에서 조종하듯 숨은 권력을 행사한 한 여인의 국정농단 사건으로 대한민국은 지금 호떡 집에 불이 난 듯 정치권이 호들갑을 떨고 있으니, 일부 국민들은 주말이면 광장으로 몰려 나가 대통령 하야를 외치며 민심을 대표하는 양 세 몰이를 과시한다. 물 만난 언론들은 다투어 최순실과 대통령을 마녀로 몰아가는 국정 혼란 속에 이래저래 피해를 보는 것은 대다수 말 없이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선량한 국민들이 아닐까 싶다.


사람들은 모두가 자기 입장에서만 생각을 하고 행동을 하게 되니, 세상이 조용할 날 없는 듯하다. 온 국민의 힘을 한 곳으로 모아도 모자랄 판에 정권을 찬탈하기 위해서는 어야든동 현 정권이 민심을 잃어 쫄딱 망하기만을 바라며, 약점을 찾아 국익에 상관 없이 사사건건 중상모략으로 입방아 질을 해대는 사람들이 많으니, 정권이 바뀔 때 마다 혼란을 거듭하게 되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속 시끄럽고 답답한 난국 속에도 가을은 깊어 어느덧 11월도 마지막 주말을 맞이하고, 이번 주에는 포항의 명문 산으로클럽 산악회와 함께 지난 2월부터 시작한 낙남정맥 길의 마지막 마루금을 이으러 가기로 하였는데, 지난 달에 산행을 종료한 경남 김해의 망천고개에서 시작하여, 상리고개, 나발고개, 영운리고개, 신어산, 생명고개, 장척산, 예덕산, 새부리봉, 동신의산을 거쳐 낙동강 하류인 고암나루터까지 잇는 낙남정맥 졸업 산행이다.


오늘은 일찍 산행을 마치고 포항으로 돌아와 낙남정맥 해단식을 하기 위해, 아침 5시에 집 근처인 포항시 남구 두호동 동사무소 앞에서 출발한다고 하여, 서둘러 산행 준비를 하고 여유 있는 시간에 약속 장소로 나가니 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아침 5시 정각에 포항시 북구 두호동 동사무소 앞에서 2명이 타고 출발한 버스는 창포사거리, 우현사거리, 용흥현대아파트, 양학육교를 경유하며 대원들을 태우고, 남구 종합운동장에 들렸다가 이동사거리에서 마지막 대원들을 태우니, 오늘 산행에 참여한 대원이 17명이라고 한다.


모자라는 잠을 보충하며 고속도로를 달리는 도중 휴게소에 한 번 들리고, 아침 7시 20분경에 지난 달에 하산을 한 망천고개에 도착한다. 산행 준비를 하고 버스에서 내리니, 간밤에 내리던 비 그친 망천고개의 안개 자욱한 날씨가 서늘하게 느껴진다. 모두가 서둘러 우르르 몰려 올라간 뒤를 따라 촉촉한 산자락을 오르는 낙남정맥의 마지막 발걸음을 옮겨간다.


잠시 아스팔트 포장 도로를 따라 올라 가다가 촉촉한 낙엽 비탈길을 오르기 시작하여 잠깐 올라가던 오르막 길은 다시 낙엽을 밟으며 내려서고, 작은 고개 하나 넘어 덤프트럭들이 겁나게 다니는 도로에 내려선다. 채석장 덤프트럭 넘나드는 고개를 올라가서 다시 낙엽 길 따라 오르고, 잠시 평온하게 이어지던 능선 길은 자욱한 안개 속에 엉크런 몰골을 드러낸 채석장 위를 지나며, 안개 속으로 내려다 보니 산을 갈아먹는 포크레인 소리만 요란하다.


낙엽 등산로를 따라 신나게 오르락 내리락 하다 뒤에 길을 잘 못 들었다고 빽빽 하는 소리가 들려 모두 되돌아 나오니 선두가 후미 되고 후미가 선두가 된다. 돌무더기 버스럭거리는 위험한 채석장 길 건너며 낭떠러지 아래는 희미한 안개 속에 꾸물럭거리는 장비들의 요란한 소리가 징그럽게 들린다.


잠시 이어지던 등산로는 가파른 절개지 내려서니, 포장 도로가 가로 지르는 고개가 나타나고 이 곳이 상리고개인 모양이다. 가파른 절개지를 치고 올라 잠시 후 능선을 감아 도는 임도가 나타나고 낡은 나무 계단을 오른다. 철탑 아래로 난 방초 사그라진 낙엽 능선길 잠시 가파르게 올라 안개 자욱한 평온한 능선 길은 서늘함을 느끼게 한다.


어느덧 앙상한 겨울 나무 사이로 안개를 품은 찬바람 넘나들고, 가파른 길 따라 신나게 올라가다 보니 또 길을 잘 못 들었다고 한다. 이어지는 낙남정맥 능선은 채석장 낭떠러지가 있어 내려갈 수 없다고 하여 골짜기 쪽으로 내려가야 된다며 모두 돌아선다. 낙남 마루금을 버리고 골짜기를 향하여 내려가는 길 또 짧은 알바를 하고 잠시 우왕좌왕 하게한다.


알바를 한 기념사진을 찍고, 시멘트 도로를 따라 내려서니 시멘트로 만든 넓은 공연장이 있는 것으로 보아 한 때는 이 곳이 잘 나가는 산골 번화가였던 것으로 보인다. 낡은 시멘트 도로 위에 낙엽 덮인 길 모두 발걸음이 가볍게 보인다. 낡은 숙박시설인 듯한 건물이 있는 곳을 지나 넓은 도로가 가로 지르고, 인간의 삶의 흔적들이 복잡하게 얽힌 나발고개에 내려선다.


자동차들 쌩쌩 달리는 나발고개 4차선 도로를 조심스럽게 건너서 건너 산비탈 오르면서 돌아보니, 잘려진 낙남정맥 마루금의 아픈 흔적과 중간에 산이 하나 완전히 없어진 듯한 넓은 평지가 펼쳐진다. 오르막길 따라 오르던 걸음은 전망 바위에서 돌아다 보니, 채석장으로 인하여 정맥 마루금 중간에 산이 없어진 모습이 이빨이 빠진 자국처럼 움푹하게 패인 몰골이다.


무명 봉우리에 올라 산님들 리본이 현란 한 길을 따라 잠시 달려가니, 돌무더기 있는 옥순봉에 도착하고 알바를 하는 동안 앞서가던 선두팀에 따라 붙는다. 이어진 걸음은 수로봉(418m) 정상석이 있는 봉우리에 올라 기념사진 찍으며 잠시 쉬어간다. 선두팀 기념사진 찍어주고 나도 곁다리 붙어 찍혀보고, 오르락 내리락 이어지던 걸음은 가야 CC 골프장으로 들어선다


골프장 캐디들과 잠시 실랑이 하다가 골프장 안으로 들어서고, 골프장 사이를 건너 철문이 있는 육교 위를 건너니 아래로 2차선 도로가 가로 질러가는 이 곳이 영운리고개인 듯하다. 골프장 도로를 따라 남들이 골프 치는 것 구경하면서 그물망이 씌워진 주차장을 지나 넓은 주차장을 가로 질러 클럽하우스 앞으로 지나니 많은 골퍼들 눈에는 우리 산꾼들 모습이 아마도 초라한 동물들처럼 보이지나 않을까 싶다.


복잡한 골프장 길에 걸린 낙동정맥을 알리는 이정표 뒤를 지나서 포장도로 오르막 길을 따라 잠시 지루하게 오른다. 도로에서 등산로를 따라 내려선 걸음은 다시 골프장 안으로 들어서고, 앞을 막아서는 신어산 서봉을 바라보며 걸음을 재촉한다. 미끄러운 낙엽 비탈을 가파르게 오르니, 바위 벼랑이 막아서는 신어산 서봉 오르는 길은 예상 보다 까다롭고 앙탈지다.


돌무더기 있는 신어산 서봉에 올라서니, 반대편에서 올라 온 한 무리의 산꾼들이 산봉우리를 장악하여, 정상석 사진만 한 장 찍고 서둘러 신어산 쪽으로 걸음을 재촉한다. 넓은 헬기장을 지나고, 신어산 정상으로 가는길 로프와 나무로 만들어 가벼워 보이는 신어산 구름다리를 건넌다. 산님들 모여 쉬는 영구암 삼거리를 지나 억새 하늘거리는 길 따라 신어산 정상에 올라선다.


인간의 발걸음 흔적이 많은 신어산 정상에서 오늘의 최고봉인 신어산(631m) 정상석을 사진에 담아보고, 바라본 동쪽 조망은 억새 위에 펼쳐진 그림 같은 산봉우리 사이에 옅은 안개가 조용히 내려 앉은 아름다운 만추의 풍경을 연출한다. 어느 산님 덕분에 선두팀 기념사진을 찍혀보고, 미련이 남은 사람도 있어 보이지만 서둘러 걸음을 재촉한다.


억새길 따라 신어산을 내려서는 길 마주 오는 근교 산님들 모습 정겹게 이어지고, 억새 길 따라 이어지는 능선 돌아본 신어산 모습 평온하게 느껴진다. 신어산동봉(605m)에 올라서니, 시원하게 트인 조망 옅은 안개가 너절브레한 이간사를 살짝 가리운 자리 대자연의 중후한 느낌이 머문다.


선두팀 기념사진 찍어보고 운치 있는 조망 바위에 둘러 앉아 조금은 이른 듯한 점심 도시락을 비우고 가기로 한다. 가파른 나무 계단길 걸어 자동차 두 대 주차되어 있는 생명고개에 내려서니, 아늑한 느낌이 들어 잠시 배낭을 풀고 볼일들 보고 쉬어간다. 동신어산 누림길 안내판이 있는 것으로 보아 생명고개에서부터는 동신어산 지역인 모양이다.


이곳 생명고개에서 오늘의 목적지 매리까지 8.7Km 남았다는 이정표 손짓한다. 이어지는 등산로는 임도를 만났다가 헤어지고 임도에서 우측으로 나무계단을 지나 잠시 오르니, 터실앞산(405m)을 알리는 이정표를 찍고 다시 좌측으로 내려선 걸음은 조금전 임도와 이어진 터실고개에 이정표를 지난다.


밋밋한 오르막 길 오르니, 낙엽 쌓인 작은 봉우리에 낙남정맥 452.6m를 알리는 준.희님의 팻말이 높이 걸려 있고, 내려갔다 오른 걸음은 장척산을 알리는 낡은 이정표가 소나무에 비스듬히 기대어 있고, 준.희님의 팻말이 이곳 장척산의 고도가 534.8m 임을 알려준다.


이어지는 길가에 이은상 시인의 '진달래' 시조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수줍어 수줍어서 다 못 타는 연분홍이/ 부끄러 부끄러워 바위 틈에 숨어 피다/ 그나마 남이 볼세라 고대 지고 말더라." 잠시 가파른 길 밀고 오르니 꼭지점 같이 휘어지는 봉우리에 예덕산(481m)을 알리는 이정표가 세워져 있어 낙남정맥 길 아니면 언재 이 곳에 다시 오랴 싶어 기념 사진 나누어 본다.


찬바람에 파르르 떨고 있는 멍든 진달래 앞에서 잠시 걸음 멈추어 보고, 백두산 갈림봉인 선무봉 이정표 앞에서 기념사진 찍은 후 좌측 감전고개를 향하여 발걸음은 휘어져 떨어진다. 감전고개 건너 우측으로 바라본 풍경 은은한 안개로 조망이 시원치 못 한 것이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 들고, 조망 바위에서 바라본 풍경 멀리 낙동강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다.


능선 위에 뾰쪽하게 고개를 내밀고 있는 봉우리가 아마도 백두산인 듯하다. 바위들이 모여 있는 봉우리 낙남정맥 새부리봉(499m) 임을 알리고 큰 바위 위에 바위 덩어리 하나가 위태롭게 앉아 낙동강을 내려보고 있는 모습이 새부리를 닮아 새부리봉 이라고 부르는가 싶다. 새부리봉에서 바라본 낙동강과 건너 양산시 쪽 풍경, 가야 할 동신어산과 낙동강변 고암나루터 풍경이 그림처럼 펼쳐지는 곳에서 잠시 과일을 나누어 먹으며 쉬어간다.


새부리 봉에서 잠시 내려갔던 걸음은 오늘의 마지막 봉우리 동신어산에 올라서니, 낙남정맥이 시작된 곳 동신어산(460m)를 알리는 정상석이 바위에 앉아있다. 동신어산에서 바라본 낙동강과 건너 낙동정맥의 금정산 모습이 손에 잡힐 듯하고, 양산시 쪽으로 우리 인간들이 만들어 놓은 수억짜리 풍경 콘크리트 덩어리들이 그래도 평온한 느낌이 든다.


낙남의 마지막 봉우리 동신어산에서 기념사진 찍어주고, 찍혀보고 이어지는 바위 능선길 끝이 났나 싶으면 또 작은 봉우리가 앞을 막아서는 조금은 지루한 느낌이 드는 능선 길은 더러는 낙엽 위에 엉덩방아도 찧어가며, 중앙고속도로 옆으로 내려서는 길 앞에서 비명소리가 들려 바라보니, 시커먼 나무 둥치 같은 것이 있어 멧돼지 사체인 줄 알았는데 가까이 다가가 보니, 커다란 개가 벌렁 나자빠져 죽은 변사체가 버려져 있다.


중앙고속도로를 아래로 건너, 다시 비탈길 올라 끊어진 능선에 올라서고, 잠시 후 고암나루터를 향한 낙남 마루금은 마지막 가쁜 숨 몰아 쉬며 고개를 숙인다. 낙남정맥의 마지막 가파른 암벽길 어렵게 내려서서 기념사진 찍어보고, 버스가 기다리는 도로 건너고 매리2교 다리 아래로 흐르는 물길 따라 김해시 낙동강 자전거 길 건너 낙남정맥 마루금은 그렇게 낙동강 속으로 슬그머니 자맥질 한다.


기사 아저씨가 걸어 놓은 현수막 앞에서 선두팀 기념사진을 찍고, 버스에 돌아와 후미 대원들이 하산하기를 기다리면서 낙동정맥 길은 종료된다. 아침 7시 20분경에 망천고개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마지막 낙동 마루금 따라 오르락 내리락 8시간 20분 간의 산행을 마치고, 오후 3시 40분경에 고암나루터에 도착하여, 기념사진을 찍고 후미 대원들이 내려오기를 버스에서 기다리니, 5시 30분경에 알바를 한 대원들이 모두 하산하여 포항으로 향한다.


저녁 7시 30분경에 포항에 도착하여, 두호동에 있는 식당에 들러 조금 늦은 저녁을 먹으면서 낙남정맥 해단식을 한다. 모두들 그간의 노고를 축하 하면서 다정한 술잔들을 나누니, 낙남정맥 종주 길의 애잔한 사연들이 아련한 추억의 책갈피 속으로 겹겹이 쌓여간다.


지난 겨울의 끝자락 2월에 시작하여, 아지랑이 속에 봄 야생화 흐드러지게 피던 과수원 길과 한 여름 뙤약볕이 숨통을 조여오던 마루금길 걸어서 어느덧 가을 낙엽 몽땅 떨어진 겨울의 문턱까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10개월 동안 수많은 산정을 쌓으며 걸어온 산으로클럽 산악회와 함께한 낙남정맥 종주 길은 막을 내린다.


 그 동안 어려운 낙남정맥 종주 산행 길을 열어가기 위해 물심 양면으로 알뜰살뜰 수고해주신 산으로클럽 산악회 임원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며, 아울러 먼 길 함께 걸으며 끈끈한 산정을 나누어준 종주 대원님들에게 고마운 마음 가득 안고, 밤 10시가 조금 지난 시간에 집으로 돌아오면서 포항의 명문 산으로클럽과 함께 한 낙남정맥 종주 길을 절찬리에 갈무리해본다.

(2016.11.27 호젓한오솔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