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송의 추억
솔길 남현태
먼 옛날 서라벌 하늘가
꽃 바람 타고 노닐던 솔방울 아가씨
우람한 허리춤에 걸음 멈추어
바위틈 비집고 생명 근 드리운다
엄동설한 시린 발 구르고
한여름 뙤약볕 가쁜 숨 고를 때
꼬부랑 허리 비틀리는 인고
마른 젖가슴 빨아가며 기근 버티는
앙상한 가지 끝 솔방울
고달픈 삶 생사의 갈등 추스르며
요동쳐온 긴 세월
변해 가는 왜소한 몰골
오가는 세인들 눈요깃거리로
벼랑에 매달린 채
허무한 옛 사랑 창공에 그려본다.
(2008.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