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솔길 문학방 ♥/솔길 구시렁시

주왕산 절골

호젓한오솔길 2008. 11. 18. 21:24

 

 

주왕산 절골

 

 

            솔길 남현태

 

 

눈 시리게 화사한 골짜기

선잠 깬 암봉 위로 가을빛 흐르고

낙엽 화채 넘치는 해맑은 개여울

바위 물들인 단풍 오색 미소 띄울 제

문다문 드는 산꾼 

넋 살짝 내려놓고 걸음 멈춘다

 

명경지수 아래 다슬기 노닐고

색동옷 갈아입고 비춰보는 단풍

암봉들 가을치장 구색 갖추었네

보는 눈 즐겁고 찍는 손끝 떨리는데 

바위 안고 도는 나무계단

산길 가는 나그네 가쁜 숨 고른다  

 

개울 합쳐지는 대문안 다리 

쭉쭉 뻗은 낙엽송

칭칭 붉은 담쟁이 감아 오르고 

잡목 물드니 솔잎 벌써 더 푸르다

뭉게구름 수놓은 기암절벽 하늘가

발걸음 아쉬운 듯 더듬거린다

 

암봉들 그림자 수면에 드리우고

애써 저문 날 알리려 것만

넋 나간 나그네 돌아갈 곳 잊었는지

시치미 떼던 검은 저 바위

쑥스러운 속마음

붉어진 얼굴 위에 오색 수건 가린다

 

 (2008.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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