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왕산 절골
솔길 남현태
눈 시리게 화사한 골짜기
선잠 깬 암봉 위로 가을빛 흐르고
낙엽 화채 넘치는 해맑은 개여울
바위 물들인 단풍 오색 미소 띄울 제
다
문다문 드는 산꾼넋 살짝 내려놓고 걸음 멈춘다
명경지수 아래 다슬기 노닐고
색동옷 갈아입고 비춰보는 단풍
암봉들 가을치장 구색 갖추었네
보는 눈 즐겁고 찍는 손끝 떨리는데
바위 안고 도는 나무계단
산길 가는 나그네 가쁜 숨 고른다
개울 합쳐지는 대문안 다리
쭉쭉 뻗은 낙엽송
칭칭 붉은 담쟁이 감아 오르고
잡목 물드니 솔잎 벌써 더 푸르다
뭉게구름 수놓은 기암절벽 하늘가
발걸음 아쉬운 듯 더듬거린다
암봉들 그림자 수면에 드리우고
애써 저문 날 알리려 것만
넋 나간 나그네 돌아갈 곳 잊었는지
시치미 떼던 검은 저 바위
쑥스러운 속마음
붉어진 얼굴 위에 오색 수건 가린다
(2008.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