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미 멀 미 솔길 남현태 내가 하면 하루 종일 멀쩡한데 남이 하면 금방 아니꼽아 토해낸다 진동 가속도 변화가 귀속 전정 반고리관 흔들면 메스껍고 어지러워 구역질나는 병 오장육부 울렁이며 뒤집힌다 마시는 뱅드롱 이지롱 토스롱 붙이는 키미테 털어 넣고 물 마시는 가루약 껌으로 된 츄잉정 고약하고 .. ♥ 오솔길 문학방 ♥/솔길 구시렁시 2008.12.10
산성골의 가을 산성골의 가을 솔길 남현태 출렁다리 건너 바위 파수꾼 단풍 휘장 둘러진 개선문 골짜기 구르는 물소리 청아한데 초록 벗은 암봉들 밤새 치장하고 수줍은 듯 이른 아침 첫 손님 맞이한다 청석 바위 흐르는 물 갈길 다르고 작은 폭포 마다 넘치는 낙엽 애서 개여울 막아 보고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속으.. ♥ 오솔길 문학방 ♥/솔길 구시렁시 2008.11.23
둘래 둘레 솔길 남현태 어언 스물 몇 해 무관심 속수무책 허리춤 조이는 찬바람 바동대기 버거운 쉰 나잇살 마눌은 기다린 듯 의기양양 흐뭇한 표정 잘 거둔 공덕이라네 물 위에 길게 드러누운 현란한 포철 불빛 끌어안고 알랑대는 검은 영일만 하얀 실파도 신음 흘리는 철 지난 해수욕장 휑한 모래톱 깊어 .. ♥ 오솔길 문학방 ♥/솔길 구시렁시 2008.11.20
주왕산 절골 주왕산 절골 솔길 남현태 눈 시리게 화사한 골짜기 선잠 깬 암봉 위로 가을빛 흐르고 낙엽 화채 넘치는 해맑은 개여울 바위 물들인 단풍 오색 미소 띄울 제 다문다문 드는 산꾼 넋 살짝 내려놓고 걸음 멈춘다 명경지수 아래 다슬기 노닐고 색동옷 갈아입고 비춰보는 단풍 암봉들 가을치장 구색 갖추었.. ♥ 오솔길 문학방 ♥/솔길 구시렁시 2008.11.18
갈등 갈 등 솔길 남현태 물질의 미흡함 공허한 마음으로 메우고 여유로운 짜투리 남은 가을길 걸으면 되는 것 욕심 가득한 허황된 마음 시간의 굴래 씌우고 세상사 고달픈 몸 험난한 미로에 빠지려 한다 볼품없는 밋밋한 골짜기 걸어온 구릉 길 새삼스레 꾼이라는 이름 가던 걸음 서성이며 돌아 본다 미련 .. ♥ 오솔길 문학방 ♥/솔길 구시렁시 2008.11.15
희망 희 망 솔길 남현태 딸그락 딸그락 귀 거슬리는 소리 집안 온통 소란 가득 다 무엇이 또 쌓였는지 나는 어느새 슬슬 눈치 살핀다 컴퓨터 앞에 쭈그리고 부질없는 청승 그만 떠시고 그럴 여유 있으면 부동산 공부하던지 안정된 노후 준비나 하란다 이 눈치 저 눈치 험한 세상 살아온 인생 지는 가을 지금.. ♥ 오솔길 문학방 ♥/솔길 구시렁시 2008.09.20
노송의 추억 노송의 추억 솔길 남현태 먼 옛날 서라벌 하늘가 꽃 바람 타고 노닐던 솔방울 아가씨 우람한 허리춤에 걸음 멈추어 바위틈 비집고 생명 근 드리운다 엄동설한 시린 발 구르고 한여름 뙤약볕 가쁜 숨 고를 때 꼬부랑 허리 비틀리는 인고 마른 젖가슴 빨아가며 기근 버티는 앙상한 가지 끝 솔방울 고달픈.. ♥ 오솔길 문학방 ♥/솔길 구시렁시 2008.09.06
팔공산 가팔환초 팔공산 가팔환초 솔길 남현태 산행은 산 아래서부터 시작하는 줄로만 알았는데 한밤중에 도심 지하철 역에서부터 이마에 벌건 불을 달고 잠자는 동네 개들을 다 깨워 가면서 분산하게 걸어가는 팔공산 종주 가팔환초 백십리길 스믈 여덟 봉우리 종주 산행의 서막은 그렇게 올랐다. 정해년 현충일 새.. ♥ 오솔길 문학방 ♥/솔길 구시렁글 2008.09.06
무정추우 무정 추우 솔길 남현태 극성부리던 무더위 비켜간 자리 선선한 소슬바람 조석으로 가을 기별하더니 느닷없이 장대비 쏟아 내린다 뜨거운 햇살 한풀 꺾이고 깜짝 놀란 초목 성장 멈출 찰라 재바른 사람들 낫 들고 조상님 산소 올라 거친 풀 깎으며 추석 준비 서두른다 입 비뚤어진 모기 성화 추억되고 .. ♥ 오솔길 문학방 ♥/솔길 구시렁시 2008.09.03
여름밤 나만의 전쟁 여름밤 나만의 전쟁 솔길 남현태 영일만의 얼간이 부족한 게 많은지라 교육이란 걸 받으러 서울의 서쪽 동네로 올라왔다. 별 볼일도 상관도 없는 교육이라 하지만 벌어먹기 위해서는 반드시 받아야 한다는데 그것이 또 다른 사람들이 벌어먹기 위해 만들어 놓고 법이라는 이름으로 포장을 한 함정이.. ♥ 오솔길 문학방 ♥/솔길 구시렁글 2008.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