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아장성능 용아장성능 솔길 남현태 칠흑같이 어두운 바위 능선 등 뒤 오세 암 불빛 아련할 때 아찔한 뜀바위 넘어 침침한 개구멍 바위 을씨년스럽다 좌측 어슴푸레 낭떠러지 아차 실수 황천길 사색되어 삶의 애착은 바위틈 파고들다 바동대고 기어 나온 개구멍 위에 섬뜩한 추모 동판 오금 저린다 멍하니 고개 .. ♥ 오솔길 문학방 ♥/솔길 구시렁시 2009.01.17
밤 파도 밤 파도 솔길 남현태 불빛 싸늘한 철 지난 밤바다 검은 물 위를 달려오는 하얀 파도 모래톱 할퀸 상처 훔치듯 메우고 거품 물고 뒷걸음 스르르 차디찬 바다 품속으로 숨어든다 캄캄한 야음 틈타 하얀 이빨 드러내고 어지럽게 늘어놓은 발자국 지우려 연인들 정겨운 모래톱 노려보며 사나운 맹수 무리.. ♥ 오솔길 문학방 ♥/솔길 구시렁시 2009.01.04
초승달 초승달 솔길 남현태 대추나무 가지 사이 서쪽 하늘가 산새들 집 찾은 저문 산 위 다소곳이 걸터앉은 싸늘한 초승달 동지섣달 설한풍 나이 하나 더 먹은 초조한 맘 달래가며 이 한밤 파르르 떨리는 가냘픈 아미 홀로 지세는 두려움 어둠이 채 내리기 전 살며시 고개 들어 눈도장 눌러 놓고 해님 간 산길 .. ♥ 오솔길 문학방 ♥/솔길 구시렁시 2009.01.01
제야의 꿈 제야의 꿈 솔길 남현태 아쉬운 제야의 종소리 싸늘한 야 공 편에 전해 들으며 쥐구멍으로 들어간 무자년 뒷모습 바라보는 서울 나그네 염원의 촛불 밝힌 싸늘한 타향 하늘 고향 생각 마시고 취해버린 서른 몸에 녹아든 이별주 가련타 망각의 어둠 타고 당도한 천 리 고향 땅 그리운 부모님 소꿉놀이 옛 친구 빈병 함께 사라진 옛 추억 애련타 화를 불러 모으는 권세의 탐욕 싸늘히 돌아앉은 민심 들불처럼 꺼질 줄 모르는 당리당략 달빛 외면한 여의도 캄캄한 기축년 외양간 고치는 소리 아련한 그 시절 돌아가고 푼 오늘 제야에 밤 고향의 꿈속이어라 (2008.12.31) ♥ 오솔길 문학방 ♥/솔길 구시렁시 2009.01.01
묘사 (묘제) 묘사 (묘제) 솔길 남현태 찬 서리 하얗게 벼 그루터기 내려앉은 산성골 관문 출렁다리 건너 노인네 두 분 분홍 빛 보따리 두 개 들고 묘사 지내러 걸어가신다 젊은 사람 하나 없이 노인네 둘이 재물 차려 들고 저린 손 바꿔가며 도회지 떠나간 자식 이야기 소근소근 꼬부랑길 정담 나누며 쉬어가신다 어.. ♥ 오솔길 문학방 ♥/솔길 구시렁시 2008.12.22
호젓한 오솔길 호젓한 오솔길 솔길 남현태 복잡한 세상사 접어두고 방해 없이 조용한 곳 여유롭고 홀가분한 마음 거니는 호젓한 오솔길 그냥 지나기 아까운 길 아쉬운 미련 남아 돌아보고 카메라 눈 속에 그 모습 담아보는 그리운 오솔길 길게 뻗은 아늑한 길 아련한 기억 속 다정한 지인 동화 같은 만남 환상에 젖어.. ♥ 오솔길 문학방 ♥/솔길 구시렁시 2008.12.20
중소의 전설 중소의 전설 솔길 남현태 까마득한 먼 옛날 어느 봄날 향로봉 해 돋는 산 중턱 둥근 방석 바위 수도승 셋 아지랑이 피는 골짜기 바라보며 나른한 풍경 취해 뜀뛰기 하신다 개울가 첨벙 논두렁 사뿐 마지막 스님 바람 타고 멀리 계곡물 깊이 떨어져 입적하시니 산 중턱 바위 중 바위 되고 폭포 아래 깊은.. ♥ 오솔길 문학방 ♥/솔길 구시렁시 2008.12.20
멀미 멀 미 솔길 남현태 내가 하면 하루 종일 멀쩡한데 남이 하면 금방 아니꼽아 토해낸다 진동 가속도 변화가 귀속 전정 반고리관 흔들면 메스껍고 어지러워 구역질나는 병 오장육부 울렁이며 뒤집힌다 마시는 뱅드롱 이지롱 토스롱 붙이는 키미테 털어 넣고 물 마시는 가루약 껌으로 된 츄잉정 고약하고 .. ♥ 오솔길 문학방 ♥/솔길 구시렁시 2008.12.10
산성골의 가을 산성골의 가을 솔길 남현태 출렁다리 건너 바위 파수꾼 단풍 휘장 둘러진 개선문 골짜기 구르는 물소리 청아한데 초록 벗은 암봉들 밤새 치장하고 수줍은 듯 이른 아침 첫 손님 맞이한다 청석 바위 흐르는 물 갈길 다르고 작은 폭포 마다 넘치는 낙엽 애서 개여울 막아 보고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속으.. ♥ 오솔길 문학방 ♥/솔길 구시렁시 2008.11.23
둘래 둘레 솔길 남현태 어언 스물 몇 해 무관심 속수무책 허리춤 조이는 찬바람 바동대기 버거운 쉰 나잇살 마눌은 기다린 듯 의기양양 흐뭇한 표정 잘 거둔 공덕이라네 물 위에 길게 드러누운 현란한 포철 불빛 끌어안고 알랑대는 검은 영일만 하얀 실파도 신음 흘리는 철 지난 해수욕장 휑한 모래톱 깊어 .. ♥ 오솔길 문학방 ♥/솔길 구시렁시 2008.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