칡뿌리 칡뿌리 솔길 남현태 겨우내 언 땅 녹길 기다려 집안 장정 이른 아침 칡 떡 한 조각 지게에 괭이 얹어 칡뿌리 캐러 향로봉 자락 오른다 치마끈 동여맨 아낙 전날 캐온 칡뿌리 두드려 즙 내고 가루 만들어 모자란 끼니 보충한다 집집마다 봄이면 칡가루 수제비 나물죽 얼굴 푸석푸석 부어오른 씁쓸한 칡.. ♥ 오솔길 문학방 ♥/솔길 구시렁시 2009.07.07
보릿고개 보릿고개 솔길 남현태 가는귀 어두운 할머니 조팝나무 꽃 피면 보릿고개라시며 석양 넘실대는 하얀 꽃 물결 언덕에서 어렵게 살아버린 긴 세월 돌아보고 땅이 꺼지라 한숨 지신다 움츠린 삼 동 넘어 봄 왔건만 묵은 곡식은 떨어지고 들판 청보리 설익은 빛 도는데 산천에 나물도 없는 난감한 춘궁기 .. ♥ 오솔길 문학방 ♥/솔길 구시렁시 2009.07.07
공허한 자유 공허한 자유 솔길 남현태 짓누르는 멍에 벗지 못하고 빼곡한 틀 속에 바동대며 한평생 쫓기듯 사는 것이 보람된 삶이라는데 어쩌다 굴레 벗어난 초조한 마음은 미련 남아 혼잡 속으로 들기 위해 헤집고 기를 쓴다 행복 추구라는 핑계로 공허한 자유 바람에 흘리고 낡고 지친 육신 멍에 속으로 밀어 넣.. ♥ 오솔길 문학방 ♥/솔길 구시렁시 2009.07.07
봄날은 간다 봄날은 간다 솔길 남현태 두메산골 봄 향기 들어 뒷동산 언 솔가지 파릇파릇 물오를 때 동내 개구쟁이 진달래 피길 손꼽아 꽃 따 먹고 송기 벗겨 씹으며 주린 배 채우는 작은 행복에 봄날은 간다 진달래 하나 둘 질 때 안타까운 마음 개울가 몰려 하얀 꽃 먹으며 아싹아싹 풋내나는 찔래 꺾어 푸성귀 채.. ♥ 오솔길 문학방 ♥/솔길 구시렁시 2009.07.07
똥 떡 똥떡 솔길 남현태 정낭에 빠진 아이 똥독 올라 오래 살지 못하는데 정낭 귀신 떡 해놓고 빌면 불행 면할 수 있다고 떡 상 차려놓고 절한다 정낭에 빠진 아이 개울물 담그고 서답비누 문질러도 쿰쿰한 구린내 진동하니 행여 똥독 오를세라 먹거리 귀하던 시절 똥 떡 한다 커다란 독 땅속 묻고 허름한 나.. ♥ 오솔길 문학방 ♥/솔길 구시렁시 2009.07.07
참새잡이 참새잡이 솔길 남현태 하얀 눈 축담까지 쌓이는 아침 분주하다 나무 배까리 옆 으슥한 곳 왕겨 뿌려 바소쿠리 돌멩이 눌러 고인 막대기 새끼줄 잡고 문구멍 내다보며 눈 덮인 산야 주린 참새 기다린다 꾀많은 참새 뱅뱅 돌다 대추나무 가지 앉아 군침 삼키며 애간장 태우는데 느닷없는 뱁새 떼 시샘하.. ♥ 오솔길 문학방 ♥/솔길 구시렁시 2009.07.07
꿈 그리워진다 꿈 그리워진다 솔길 남현태 동구 앞 돌담 아래 오지랖 가득 조약돌 모아 새끼손 마주 걸어 눈빛 속삭이던 소꿉놀이 여린 꿈 그리워진다 삼삼오오 늘어선 논두렁 버들피리 소란에 겨울잠 깬 엉머구리 울다 달아난 못자리 뛰어들던 철부지 어린 꿈 그리워진다 노고지리 알 낳은 보리밭 고랑 손잡고 숨어.. ♥ 오솔길 문학방 ♥/솔길 구시렁시 2009.06.26
괘령산 오솔길 괘령산 오솔길 솔길 남현태 상옥에서 신광 넘나드는 괘령의 옛길 다섯 살 어린 시절 추운 겨울날 아버지 손잡고 넘던 아련한 추억 어린길 소림사영화 속 한 장면 같은 꼬부랑 길 아름다운 인연 만날 것 같아 발밑 잔자갈들 소곤거림에 애잔한 감정 추스르는 길 등짐 지고 쉬어 넘던 조상님들 허기진 배.. ♥ 오솔길 문학방 ♥/솔길 구시렁시 2009.06.21
통점재 추억 통점재 추억 솔길 남현태 고갯마루 널따란 바위 곁에 늙은 돌배나무 활갯짓하는 서낭 있어 여름이면 시원한 그늘 펼치고 나그네와 나무꾼들 쉬어가던 곳 가을이면 노란 돌배 주렁주렁 열리어 소먹이던 개구쟁이 가슴마다 텁텁한 선물 한 아름 안겨주었네 낙동정맥 시 경계 가로지르는 해발고도 칠백.. ♥ 오솔길 문학방 ♥/솔길 구시렁시 2009.06.20
성법령 (새알재) 성법령 (새알재) 솔길 남현태 잘록한 장구 허리 관문 고갯마루 굽어보는 정겨운 풍경 기대에 웃고 왔다 미련 남아 울고 가는 새알재 새벽 밥 챙겨 먹고 굽이굽이 하얀 눈길 시린 발 구르며 넘던 고개 낙동정맥 가지 뻗은 칠백구 봉우리 내연지맥 비학지맥 분기점 팔백십일 봉우리 해발고도 육백사십 상.. ♥ 오솔길 문학방 ♥/솔길 구시렁시 2009.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