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바위 한 바위 솔길 남현태 내 고향 뒷동산 통점재 남 방향 낙동 길 흘러가다 나그네 숨 고르는 칠칠육 봉 벗어난 자리 도장 골 안 막장 우뚝 솟아 앉은 커다란 바위 아래 범 굴 있어 배고픈 새끼 범 우글댄다는 소문 겁 많은 어린 세월 멀찌감치 신비에 찬 눈으로 바라만 보고 살았네 밤마다 파란 불빛 그리도.. ♥ 오솔길 문학방 ♥/솔길 구시렁시 2009.05.01
소 먹이던 시절 소먹이던 시절 솔길 남현태 풀잎에 풀잎 얽어 계급장 달아 눌러 쓴 철모 아래 송골송골 까만 땀방울 맺히고 나뭇가지 다듬어 허리에 찰 땐 전쟁놀이 짓궂은 눈망울 초롱초롱 소먹이던 철부지 옹기종기 초가지붕 처마 끝에 산 그림자 숨어들어 뽀얀 저녁연기 모락모락 봉화처럼 피어오르면 황톳길 달.. ♥ 오솔길 문학방 ♥/솔길 구시렁시 2009.04.24
쳇바퀴 인생 쳇바퀴 인생 솔길 남현태 바라지 않아도 때 되면 얄밉게 찾아오고 가라지 않아도 잠깐 머물다 싫어지면 떠나간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쉼 없이 돌고 도는 유구한 세월 쳇바퀴 속에 욕망과 갈등 잔잔한 파장 흘리며 잠시 머뭇머뭇 따라 돌다 마는 인생. (2009.04.23) ♥ 오솔길 문학방 ♥/솔길 구시렁시 2009.04.23
후유증 후유증 솔길 남현태 눈알 굴리는 곳으로 헛것이 졸졸 따라다닌다 눈썹일까 단추 구멍처럼 생긴 것이 간조증 나게 마음 혼란케 한다 렌즈에 붙은 티 닦으면 되겠지만 눈동자 따라 오락가락 애간장 달구듯 노려보는 놈 작달막한 안과의사 과거지사 후유증이라 손대기 어렵다 잘라 말하네. (2009.03.28) ♥ 오솔길 문학방 ♥/솔길 구시렁시 2009.03.28
밤낚시 밤낚시 솔길 남현태 서산 그림자 발아래 드리우면 달아오른 저수지 후미진 곳 손끝 떨리는 마음 부채 살 처럼 낚시대 펼쳐두고 지루한 여름날 저물기 기다린다 파란 수면 어둠 물들고 모기 때 성가시는 긴장된 마음 케미라이트 잔뜩 노려보며 하얗게 지 세우는 밤 하늘 호수 북두칠성 반짝인다 골짜기.. ♥ 오솔길 문학방 ♥/솔길 구시렁시 2009.03.14
파도는 구른다 파도는 구른다 솔길 남현태 파도는 구른다 월색 은은한 철 지난 해변 속삭이듯 사랑에 빠진 젊은 연인들 개살궂은 파도 배 아파 구른다 고기떼 쌍쌍이 단잠 즐기는 비린 영일만 쓸쓸한 파도 밤새 검은 융단 위 하얀 배 드러내며 구른다 파도는 구른다 창파에 흐트러진 매무새 여미며 촉촉한 모래톱 스.. ♥ 오솔길 문학방 ♥/솔길 구시렁시 2009.03.12
춘풍에 지는 꽃 춘풍에 지는 꽃 솔길 남현태 두마리 고개 넘어 하얀 보현산 설레는 맘 달려간 상봉엔 다사로이 흐르는 불청객 맞으며 눈물짓는 상고대 얄미운 봄바람 꼬임 마지막 아리따운 자태 녹여간다 앙상한 가지 끝 대롱대롱 비지땀 흘리며 매달린 채 바동대는 영롱한 얼음 꽃 임종 앞둔 애처로운 모습 카메라 .. ♥ 오솔길 문학방 ♥/솔길 구시렁시 2009.02.26
괘령의 심설 괘령의 심설 솔길 남현태 능선 칼바람 낙엽 몰아 오솔길 휘어 감으니 길 잃은 나그네 괘령 헤매는데 심설은 쥐죽은 듯 이불 속 엎드려 기나긴 겨울잠 취해있더라 찬 바람 휑한 괘령산 유일한 조망 희미한 동해뿐 비알 오르며 흘린 땀 등골 오싹 한기 느끼는데 앙상한 하늘 바다 엔 하얀 고기떼 나들이 .. ♥ 오솔길 문학방 ♥/솔길 구시렁시 2009.02.11
주왕산 가메봉 주왕산 가메봉 솔길 남현태 극성스런 소슬바람 으스스 찬 이슬 흘리며 절골 자욱한 물안개 몰아가는 음산한 오솔길 끝 메 달린 주왕산 바위 봉우리 가메봉 안개는 여세를 몰아 암벽 발목 잡힌 노송 휘감으니 가메봉 흥건히 적시 메라 가냘픈 저 늙은이 그들이 흘리고 간 눈물 먹고 산다네 빼어난 풍광 .. ♥ 오솔길 문학방 ♥/솔길 구시렁시 2009.02.01
웃는 돼지머리 웃는 돼지머리 솔길 남현태 죽통에 머리 처박고 꿀꿀 살기 위한 몸부림 탐욕 낙인찍혀 끓는 물 세례 받고 잘린 얼굴 세종대왕 재갈 물고 율곡 이황 귀걸이 노잣돈 절 받으며 빙그레 웃는다 육신은 삼겹살 수육되어 술 고픈 인간 세상 보시하고 해탈한 얼굴 허기진 산신령 마음 달래는 막걸리 안주 되어.. ♥ 오솔길 문학방 ♥/솔길 구시렁시 2009.01.19